바다를 따라 걷는 길...

요즘처럼 서서히 더워지는 날씨엔 도시 한가운데를 걷노라면 가끔 짜증이 난다. 그럴 때 내가 만약 호수 옆으로 난 길을 걷고 있다면..? 내가 걷는 이 길 바로 옆이 바다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 본다. 실제로 통영에서는 이 상상은 상상만으로 끝나진 않는다.

호수는 없지만 그보다 몇 천배(?) 더 넓은 바다를 바로 옆으로 두고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통통.. 통통배 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허나 통영에서도 어디서나 그렇게 걸을 순 없다.

몇몇 장소가 있는데 오늘은 운영자가 그 몇몇 장소 중에서 도남동 시내버스 종점, 일명 도남동 바닷길을 천천히 걸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역시 유월의 날씨는 다가오는 한여름의 날씨를 충분히 짐작하고 남을 만큼 덥다. 그러나 그 더위는 간간히 불어오는 통영의 바다바람에 씻겨 더위라기보다는 따사로움이라고 차라리 말해 버리고 싶다. ^__^

일단은 통영시내 어디서든지 도남동행 시내버스를 타고 볼 일이다. 그리고 좌측 창가쪽에 꼬옥~ 앉아야 한다. 좌측이 없다면 우측도 그렇게 나쁘진 않겠다.

시내버스는 덜컹거리며 시내를 달리다 도천동 통영운하 위로, 일명 구름다리 충무교를 지나게 되는데 그 때 좌우로 펼쳐지는 전망이 정말 아름답다.

창문을 약간 열어 놓으면 시원한 바다바람 사이로 저 멀리 통영 항남항과 남망산 공원, 공주섬, 도남동 마리나 콘도 줄지어 보인다. 물론 다리 바로 아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들도 시야에서 빠질 순 없다.

조금 더 달리다 통영 '유람선터미널'이라는 하차 방송이 나오면 그곳 정류장에서 내리도록 하자. 도남동 종점까지 가서 내릴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바다는 이미 유람선터미널에서 부터 시작되고 있기때문에…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면 바로 바다를 볼 수 있다. 유람선터미널 앞 공간에 분수공원(?)이 있는데 저녁이 되면 분수가 조명과 어우러져 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곤 한다.

저 멀리 마리나리조트 콘도가 보이며 조금 더 바다를 향해 발길을 옮기면 푹 패인 육지를 향해 고깃배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그 사이로 산책로가 보인다.

너무나 잘 만들어져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바닷길을 상상했던 이들에겐 약간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바다로 향해 계단식으로 짜진 길을 층마다 한 단계씩 바다와 가까워 질 수 있다.

찰랑 거리는 바닷물은 파란색이라기 보단 아주 연한 녹색을 띠고 있으며 그 위로 바람따라 생기는 약한 파도는 내가 걷는 길 옆으로 쭈욱 따라 온다.

길을 걸으면 저 멀리 보이는 콘도 건물은 점차로 다가오며 우측으로 난 공터에는 인라인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나른한 초여름(?) 오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아 더 조용하다. 바다를 항해 고개를 한없이 기울인 가로등이 한 둘 내 머리 위를 지나면 이젠 바로 앞에 우뚝 마리나콘도 건물이 서 있다.

계속 가던 길로 바다만 따라 걸으면 좌측으로 이상한 기둥들이 방파제 안에 가두워둔 바다물 위로 솓아 나 있다.

시선을 더 앞으로 두면 그 기둥들이 요트들을 정박시키기 위해 바다에 세워 놓았다는 것을 쉽게 확인이라도 시켜주 듯 기둥 옆으로 요트들이 여기 저기 묶여 있다.

마리나리조트 콘도 정문 앞 광장을 지날 때면 바다 뿐만 아니라 길 위에도 큰 보트와 요트들이 언제라도 출항할 준비가 된 듯 여기 저기 세워져 있다.

뭔가 이국적이라고 느낄 그 찰나 여긴 대한민국 통영이라고 외치기라도 하는 듯 저 바다 뒤로 장어 통발배가 퉁퉁퉁 거친 엔진소리를 내며 햐얀 파도를 헤치며 지난간다.

갈매기는 그 뒤를 쫓아 끼룩끼룩 장단을 잘도 맞춘다.

마리나콘도 광장을 지나 바다가 바로 앞이면 좌로는 방파제 등대로 가는 길이 있고 우측으로는 마리나콘도 뒤로 긴 산책로가 계속된다. 방파제 등대는 자주 간 본지라 오늘은 우측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대식 마리나콘도 건물에 어울리게 콘도측에서 바다쪽으로 난간과 아치형 다리등으로 아주 이쁘게 길을 단장해 놓았는데..

이 또한 갯풀과 금모래 펼쳐진 어느 어촌의 바닷길을 기대한 사람들이라면 약간 아쉬워할지도..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길을 좋아라한다. 오늘 이 길을 걷고 있는 운영자 또한 이 길이 좋다. ^__^

가다가 힘들면 긴 벤치에 앉아 오가는 배를 하염없이 보거나 바로 앞 갯바위에서 낚시에 열중하는 낚시꾼이 낚아 올린 물고기를 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운영자는 통영민박넷을 운영하면서 통영여행 오는 분들에게 이 길을 자주 권해 주곤 한다.

마리나콘도나 인근 충무관광호텔에서 머무는 사람들은 이 길이 바로 옆이라 찾기 쉬운 반면 다른 곳 민박집이나 도남동이 아닌 곳에서 숙식을 하는 분들은 좀처럼 걷지 않는 길이라 바다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권해 주곤 한다.

물론 눈이 즐겁다거나 와~하고 외칠 정도의 유명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바다와 길, 배와 갈매기, 갯바위, 파도.. 그 뿐이다.

그러나 천천히 길어가는 이 길에는 같이 걸어가는 사람과의 나즈막한 이야기가 있고, 혼자 걸어가는 사람들의 깊은 생각이 바다소리(?)와 어우러지고 뱃고동 소리와 섞여 묘한 정감이 있다.

갯바위에 걸터 앉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 아이와 함께 바다로 난 모래사장을 뛰는 젊은 아낙,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바다바람을 쐬며 달리는 사람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인근 지역민들, 멍하니 길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보는 이들..

길을 걷다 문득 돌아보면 많이 함께 이 길을 간다는 알 수 있다.

좌측으로 저 멀리 이순신 장군이 싸운 바다 견내량이, 멀리 우측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남해 바다가 있다. 걷다가 힘들면 앞선 사람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바다바람을 가르며 달려보는 것도 좋다.

지인이 운영하는 인근 여행사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주는데 바다와 자전거, 웬지 어울릴만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__^

한동안 멍하니 욕지행인지 한산도행인지 모를 카페리호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강아지 한넘이 와서 내 몸을 컹컹 거린다.

이미 나를 지나친 주인인 듯한 할머니가 뒤돌아보며 개이름을 몇 차례 불렀지만 이 넘은 웬지 쉽게 주인을 따라 갈 기색이 아니다.

아마도 내 손에 있던 썬칲(?) 때문이였든가.. 한 조각을 입에 물려주니 냉큼 물고 주인 뒤를 좋아라 뛰어 간다.

여름이 오면 이 길이 정말 많이도 붐빌 듯 하다. 인근 마리나콘도에 숙박하는 사람들이 꽉 찰 것이며 인근 민박이나 호텔등에 머무는 사람들이 아마도 많이들 찾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좋으니깐.. 얼마만큼 좋은가하면.. 이 만큼 좋다. 이 만큼. ^________________^

바다 따라 걷는 이 길... 이 길을 걸으면 뭐가 대단한 상념은 아닐지라도 생각하는 시간이 있어 좋다.

바다는 오늘도 하늘 높이 흰 뭉게 구름이 땅에 떨어질까봐 하늘을 향해서 계속 후~ 불어 올리기 바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