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의 어릴 쩍(?) 세병관은 하나의 지명을 일컫는 말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세병관앞에 누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누구나 그 곳이 어디라는 것을 알 정도의 지명 이름이였던 것이다.

그 지명은 '통영시 문화동 62-1번지'라는 주소를 달고 우뚝하니 오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며 운영자는 이제 세병관 주위 인근을 가기 위함이 아닌 세병관 그 자체를 찾아 나서볼 참이다. ^__^

우선 세병관의 이름부터 알아보자.

'세병'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의 시 "세병마행"(洗兵馬行)의 마지막 두 구(句)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뜻을 풀어보면...

"병기를 깨끗이 씻는다"라는 뜻으로 이제 전쟁을 그만두고 평화를 지키자라는 뜻이 담겨있다 하니..

이름 또한 정말 잘 지웠다.

그 이름에서 추측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세병관은 1603년 선조가 임진왜란이 끝난 후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전공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웠다.

그러므로 이는 이순신 장군 사후에 지은 건물이므로 이순신 장군의 직접적인 손길이 닿은 건 아니라 하겠다.

더운 초여름 날씨, 운영자가 통영시 문화동으로 가는 길엔 쨍쨍(?)한 햇빛이 함께 했다.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 빨리 어딘가 조용하고 녹음이 짙은 공간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그곳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중인 운영자 앞에 세병관은 건물 전관부터 푸른 나무들과 파아란 잔디밭으로 운영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정문을 찾지 못해 우측으로 획 난 길을 가다보면 통제영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때문에 인근 초등학교까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으며 주위에는 건물의 기둥으로 사용할(?) 큰 원목들이 한둘 나뒹굴고 있었다.

방금 지나온 길과는 사뭇 다른 한옥풍의 건물들과 높은 고목들, 조용한.. 분위기 .. 카메라를 꺼내 몇 컷 찍고 난 후 정문인 듯한 곳을 지나 성큼 성큼 들어가려는 찰나.. 정문 좌측 콘테이너박스 창너머로 고개를 약간 내민 어떤 아저씨가...

"저기, 무료관람이 아닙니다..~"

"네?? 얼마인가요?"

"이배곤입니다."

"얼마라구요?"

"이배곤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여기저기 뒤진 난.. 난감하다는 듯.. 뒷 주머니 지갑에서 만원짜리 하나를 꺼집어내며 잔돈이 없음을 조심스럽게 피알했다. ^__^;;

"잔돈 없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혼자 왔어요? 그라모 마.. 그냥 들어가이소.. "

정말 친절한 아저씨네.. ^__^ 생각하며 꾸벅 인사하고 앞으로 난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대형 목조건물이 떡하니 내 눈앞에 버티고 섰는데.. 중앙 현판의 큰 글자 3개 시선을 끌었다.


세.병.관


사실 세병관은 선조 38년 제 6대 통제사 이경준이 통제영을 이 고장 두룡포로 옮기면서 세운 통제영의 객사(客舍)이다.

그래서 처음보는 이에게 세병관 건물의 생김이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 생김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면 9칸, 측면 5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된 웅장한 건물로 모든 칸에는 창호나 벽체를 만들지 않고 통칸(通間)으로 개방하였다.

우물마루로 된 평면바닥의 중앙일부를 한단 올려 놓았는데 여기에 전패를 모셨던 것으로 보인다.

장대석 기단 위에 초석을 놓고 두리기둥을 세워 기둥 윗몸은 창방(昌枋)으로 결구(結構)하였다.

공포는 기둥 위에만 짜올린 주심포식(柱心包式)이지만, 익공식(翼工式) 수법과 다포식(多包式) 수법이 많이 보인다.

기둥 사이에는 창방 위에 직접 화반(花盤)을 놓아 주심도리(柱心道里) 장여를 받치고 있다.

가구(架構)는 십일량가(十一樑架)로서 대들보를 양쪽 내고주(內高柱)위에 걸고, 이 위에 동자주(童子柱)를 세워 중보(中樑)를 걸고, 다시 동자주를 세우고 종보(宗樑)를 걸었다.

종보 위에는 대공(臺工)을 세워 종도리(宗道里)를 받치고 있다.

내고주와 전면 평주(平柱) 사이에는 퇴보(退樑)를 걸어. 처마는 겹처마이고 팔작기와지붕을 이루고 있으며 용마루, 합각마루, 추녀마루는 양성(兩城)을 하였다.

장대석 기단 옆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기와를 타고 내려온 오랜 세월동안의 빗물로 인해 깊게 패인 마당돌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건물을 중심으로 쭈욱 기와담벼락이 이어져 있으며 그 안으로 몇 백년을 살아 이제 하늘을 마치 찌를 듯 고목들이 나른한 오후,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있다.

산사에서나 들릴 듯한 나즈막한, 이름모를 새울음 소리가 웬지 잘 어울린다.

바람이 솔솔 불면 하늘하늘 나무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힘없이 흐느적 거릴 뿐이다.

통제영 복원 공사로 인해 뒤편으로 텅빈 초등학교 교정이 보이고 좌우로 공사를 위해 쌓아놓은 몇몇 나무더미들이 보인다.

세병관 마루에 턱 하니 앉아 그 옛날 치열했던 임진왜란의 모습을 요즘 한창 인기인 TV드라마속 화면을 빌려 머리속에 잠시 상기해 본다.

세병관 건물내, 수항루 뒷편 팔작지붕 비각안에 "두룡포기사비"가 있는데 이는 세병관을 세운 이경준 제6대 통제사가 통제영을 설치한 치적을 새겨놓은 통영의 뿌리를 밝히는 사적비인데 이 비는 인조 3년(1625년) 구인후 제19대 통제사가 세웠다한다.
v 어떻게 보면 임진왜란을 통해서 이 고장 통영이 통제영의 본영이 되면서 이렇게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보면 애초 한산도에 터를 잡은 이순신 초대 통제사가 통영, 이 고향 통영 발전의 밑거름을 만들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한국에 현존하는 목조 고 건축 중에서 경복궁 경회루나 여수 진남관 등과 함께 평면 건물이 큰 건물중에 하나인 세병관은 원래 보물 제293호였으나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10월에 국보 305로 승격지정되었다.

통영의 최고 명물중에 하나이며 통영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세병관은 통영민들에겐 어떠한 물리적인 혜택이나 물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진 않지만 언제나 마음속 정중앙에 위치한다. 세병관의 많은 기둥 사이사이로 불어대는 시원한 바람 소리처럼...

나오는 길, 터벅터벅 정문을 지나 계단을 내려오는 길..
컨테이너 박스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신 아저씨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나오면..

다시 빵빵 거리는 차들로 꽉찬 대로변 건널목신호등 불빛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되새겨 본다.

세병마행(洗兵馬行)이라..........................

(2005년 6월 말.. 운영자가 혼자 낑낑대며 올린 글입니다. ^__^;; 무단 복제는 삼가해 주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