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자연의 모든 것들은 그렇게 이쁘진 않다. 초가을 그 아름답던 단풍들도 늦가을이 되면 모두가 땅에 떨어지고 푸르른 녹음들은 하나같이 다 짙은 탁색으로 변해버린다.

그렇지만 바다만은 더욱더 푸르름을 발하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섬은 늦가을, 지금 가더라도 아름다움이 그대로인 듯 하다. 오늘 운영자가 갈 곳은 통영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 매물도이다. 매물도는 소매물도, 대매물도, 등대섬 이렇게 3개의 섬으로 되어 있는데 오늘 운영자가 갈 곳은 대매물도, 그 대매물도에서도 대매물도 대항마을 위쪽에 위치한 장군봉이다. 그럼 출발해 볼까나..

차가운 새벽 바다바람을 가로지르며 매물도페리는 달린다. 하얀 물살이 짙은 바다위로 일어나면 그 색이 너무도 하얗기에 눈더미 같으다. 1시간여를 달렸을까? 먼저 도착한 곳은 소매물도이다. 전국적인 유명세에 많은 여행객들이 평일인데도 이렇게 새벽 첫배를 타고 여기로 온다. 소매물도를 떠날 쯤엔 배는 거의 텅 비다시피 했는데 그래도 운영자가 내릴 곳은 대매물도 대항마을인지라...

대매물도는 소매물도 바로 옆이라 그렇게 오래가지 않아 내렸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쌀쌀한 바닷바람이 쏴아하고 .. 운영자를 바지를 사정없이 흔든다. 늦가을이라는 표현보다는 초겨울이라는 느낌이 더 맞는 듯 하다. 더구나 대매물도 대항마을은 통영쪽을 바라보고 자리잡은 마을이라 해를 보려면 요즘같은 철엔 9시를 넘어야만 할 듯하다.

통영민박넷을 운영하기에 대항마을에도 몇몇 앞면있는 민박집이 있어 아침밥을 얻어먹고선 해가 대항마을 선착장을 비추기 시작할 무렵 발걸음을 대항마을 언덕 위 장군봉 등산로로 옮겼다.

해가 뜨고 가파른 등산길에 땀을 흘리면 늦가을 섬추위를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을 듯 했기에 서둘러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마을 언덕길 바로 위로 가면 친절하게도 등산로라는 하얀 팻말이 보이는데 이걸 보면 매물도 장군봉으로 오르는 등산코스가 많은 이들이 찾는 꽤 유명한 등산로임을 짐작할 수 있다.

5분여를 올랐을까 우측으로 등산코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버려진 건물 한채가 우뚝 서 있다. 그 서 있는 전망이 너무나 좋아 누군가의 별장이련가도 싶지만 건물 생김새로 봐서는 별장 같지는 않다. 운영자의 지나친 호기심은 항상 이런 곳을 지나치진 않는다.

보면 군대 막사이다. 아마도 예전에 이 곳에 군부대가 주둔했나 보다. 벽면을 보면 먼지가 수북하지만 몇몇 장병들이 남긴 글씨들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듯하다. 남겨진 글들을 보면 이 곳, 군부대가 철수한 지 오래지 않아 보인다.

다시 길을 재촉하다가 뭔가 두통수를 긁는 느낌에 뒤로 돌아다 보면 약간 흉칙(?)한 버려진 군부대 건물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전망이 바로 앞 버려진 건물 탓에 약간 빛이 바랜다. 그렇지만 이 또한 자연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친절하게도 여기저기 붉은 띠(?)가 나무 가지 가지마다 거리를 두고 묶여 있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 완만한 길을 걷다 다시 가파른 돌길을 지나 빛이 들지 않는 짙은 숲길을 지나면..

저 멀리 푸른 하늘이 보인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올라 파아란 하늘색이 너무나 아름답다. 정상인가 싶어 있는 힘껏 뛰어 올라가면 푸른 목초지(?)가 펼쳐진다. 넓은 잔디밭이라고 해야 할까..

정상은 아니라는 듯 또다른 하얀 등산로 팻말이 정상으로 가는 길을 운영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의 전망도 정말 좋다. 대매물도 뒤편 바다가 보이기 때문인데.. 뒤편 바다 방향 전망에는 수평선만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다녀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듯한 등산로를 피해 전망이 좋아 보이는 섬 뒤편 바위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옮기는 내내.. 입으로 우아~~ 하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__^



파란 하늘, 짙푸른 바다.. 고요한 바다 .. 그 위에 흰 구름.. 저 멀리 점이 되어 보이는 몇몇 배들.. 눈을 아래로 내리면 깍아지는 듯한 절벽이다.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웬지 모르게 누군가의 주위에 시선이 느껴진다. ^__^;;

바로 흑염소 무리인데.. 방목하는 녀석들인 듯 하다. 워~~~ 하면서 그 넓은 목초지를 따라 뛰어 내려가며 흑염소 무리를 쫓았다. 겁 먹은 녀석들은.. 음매~~~~ 소릴 내면서 부리나케 숲으로 도망가기 바쁘다.

다시 원래의 등산로를 찾아 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으면 우측으로 큰 바위덩어리가 보이는데 아마도 정상이려나 가면 좌측으로 다시 등산로가 보인다. 그렇지만 고갤 올려 올려다본 정상에는 철조망이 쳐진 듯 하고.. 엄산한 분위기의 군부대 건물이 얼핏 보인다. 꼭대기에는 안테나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 된 곳인가 싶다.

하튼 우측 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마을 전망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하고.. 말없는 바다.. 바람소리.. 내리쬐는 따뜻한 태양빛.. 매물도.. 푸른 녹음 사이로 보이는 마을 모습.. 붉은 지붕.. 파란 지붕.. 작은 점들 같은 마을 전경.. 여기가 장군바위임에 틀림없다.



운영자의 호기심은 여지없이 운영자의 발걸음을 최종 목적지인 장군봉 정상으로 옮긴다. 터벅터벅 올라가는 길목에 철조망 문이 떡하니 앞을 가로막는데 자세히 보면 녹이 슬어 문짝도 너덜너덜한 것이.. 슥 여니 문이 열린다. 혼자 온 등산길에 엄산한 분위기.. 너무나 조용한 산길.. 뒤에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올 듯도 하다. ^__^;

철조망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바로 앞에 군대 막사 건물들이 우뚝하니 운영자를 맞이 한다. 그러나 건물만이 운영자를 맞이할 뿐 사람의 인기척은 없다. 자세히 보면 버려진지 오래된 군대 초병들의 막사건물 같으다. 나름대로 한 소대원 정도가 머물 수 있을 정도의 내무실도 있고 동굴(?)도 있다. 그리고 그 외 경계근무를 서는 초소,.. 안테나 탑.. 그런데 안테나 송전탑만은 버려진 이 건물과는 어울리지 않게 새것 같다.



가까이가서 보면 KT라고 적힌 문구가 있어 최근에 세워진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버려진 군대 막사와는 관련이 없이 대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세워진 통신용 송전탑인 듯..

어쩐지 으시시했다. 아무도 없는 버려진 군부대 막사.. 그러나 그러한 으시시함도 내무반 건물 옥상에 오르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페인트로 헬리콥터 착륙장 마크가 그려진 건물 옥상, 그 가운데 서는 순간..



운영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늘과 땅아래 자연이 있고 그외 인간은 나 혼자 뿐인가.. ? 하늘은 전부 내것이고 바다 또한 전부 내것이 되는 순간이며 하늘과 바다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자연의 삼라만상은 한 순간 이 운영자의 것이 되어 버린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을 봐도 바다이며 특히 남쪽의 바다 풍경은 그야 말로 세상에 태어나 자연과 접하면서 느낄 수 있는 호연지기를 여기서 느껴볼 수 있을 듯 하다. 아~~ 하고 그자리에 1시간여를 드러 누워 있었다. 약한 바람이 불고 강한 햇빛에 눈을 가리려 팔을 이마에 올리면 그 너머로 스며드는 약한 햇빛은 운영자의 동공에 너무나 아름다운 주황빛을 선사한다.



아침에 쌀쌀한 바람은 온데 간데 없고 따뜻한 햇빛에 오늘이 마치 춘삼월 같으다.

일어나 좌측으로 고갤 돌리면 저 아래 바다 건너 소매물도가 보인다. 운영자가 소매물도를 바라보는 시선 중간에 막사 건물 바로 앞 괴귀한 물체 하나가 걸리는데 가서 보면 곡사포(?) 같은 것이 있다.



바다를 향해 조준한 것인가.. 아니면 하늘을 향해 조준한 것인가.. 중앙의 있어야 할 총 몸체는 없어졌지만 남겨진 조준대가 세월의 때를 그대로 안고 바다 끝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다.



그 아래로 소매물도가 보이는데.. 그 옆으로 등대섬도 보인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몇몇 배들이 연신 다니는데 아마도 여행객들을 태워 등대섬 반대편으로 유람을 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배들이 만들어 내는 긴 꼬리 물살이 하얗게 짙은 늦가을 바다위에 그림을 그리면 그와 더불어 운영자 눈에 비치는 소매물도 전체 모습은 마치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다.



바다는 조용하고 섬은 바다를 닮아 덩달아 조용하고 가을이라 하늘은 무지하게 높은데 바람은 낮게 불어 운영자를 감싼다. 장군봉이라 했든가 장군바위이라 일컷던 큰바위도 정상에 오르기전 마을에서 올려다 볼 때는 저 멀리 높아 보였지만 이 정상에 서면 아래에 있다. 예전에 섬포털사이트를 구축할 때 마을 어르신네들에게 들은 바로는 이 장군봉에서 털많은 장군이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장군봉이라 했다고 하니 그 형상이 마치 장군과 흡사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장군도 지금 이순간에는 운영자의 발아래 있으니 .. 운영자는 아마도 대장군이 되어야 할까싶다. ^__^

코난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그 배경의 바다처럼 아름답고 푸른 바다였음에 운영자도 코난이 되어 아슬아슬한 군대막사 옥상에 절벽을 발아래 두고 걸터 앉았다.



길게 휘파람을 휘익.. 불고 큰 소리로 코난 노래도 한자락 뽑고 난 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나 여긴 섬이고 운영자는 배를 타야만 육지로 나갈 수 있다.

배 시간이 다가옴을 알고 서둘러 하산을 재촉했다. 그러나 서운한 감은.. 무얼까..? 이다지도 아름다운 정상에 섰는데 뭔가를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뭔가 큰 일을 해야 되지 않나?? 뭐라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막사건물을 내려오면 오르던 길에 보이던 장군바위가 눈에 띈다.



마치 배웅해 주는 사람에게 인사하라도 하듯 손바닥으로 바위를 탁탁 치며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며 왔던 길을 쭈욱 다시 돼짚어 내려왔다. 내려오면 마을 길 옆으로 고구마를 얇게 짤라 펼쳐 놓았는데 아마도 고구마 빼때기를 만드려나 보다. 배 시간이 촉박하다 생각하여 너무 빨리 내려 온 탓에 .. 배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마을 선착장에 내려가서 시간을 죽여야만 한다.



약한 파도가 마을 앞 몽돌밭으로 싸아싸아 밀려오고 밀려가고.. 바다를 멍하니 보다가 고갤 휙 돌려 저 멀리 장군봉을 올려다 보면.. 운영자가 직접 걸어서 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군봉은 그 이름에서부터 너무나 멀리 있는 듯 하다. ^__^



저 멀리 통영으로 가는 매물도페리가 들어오면 운영자는 다시 한번 장군봉을 올려다 보며.. 이제 진짜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다음에 또 오마..'라고..


- 대매물도 민박집

-- 대항마을 매물도바다민박 : 055-641-2840
-- 대항마을 매물도리조트 : 055-643-7453
-- 당금마을 매물도섬민박 : 055-648-1004

- 본 기행문은 운영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이므로 무단으로 복제하지 마세용. 출처(통영민박넷 - tyminbak.net)를 밝힌다면 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