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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10-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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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통영" - 시인 유치환(1908∼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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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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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깃발」의 시인 靑馬 柳致環(1908∼1967)선생 만큼 많은 애송시를 남긴 사람도 드물것입니다. 「깃발」「행복」「울릉도」 등 운만 떼면 누구의 입에서라도 줄줄 외질 것 같은 시들이 줄을 서죠. 가장 애송되는 「깃발」을 새긴 시비 4기를 포함해 그의 시비가 11기나 세워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청마선생의 고향은 통영입니다.. 통영에서 자랐고 통영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그를 추억할만한 장소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도 통영이랍니다. 청마 선생님이 태어난 곳(거제쪽 주장에 따르면 2살때부터 산 곳)은 통영시를 남북으로 가르는 중앙로의 동편, 동문로에 면한 태평동 552의 1번지. 한의(漢醫)였던 부친 柳焌秀씨가 누대(累代)에 걸쳐 살아온 거제에서 통영으로 이사, 약방을 열어 「동문 유약국집」으로 불렸던 곳이라고 합니다.
동문로가 확장되면서 전체 50여평 가운데 대부분이 도로로 편입되고 지금은 13평정도만 남아 신발가게가 들어서 있죠. 청마 선생님의 부친은 후에 약국을 동문로 건너편 중앙시장 안쪽의 태평동 500번지로 옮겼으며 시장통 한복판의 일본식 2층건물이었던 「유약국」건물은 현재 필지가 분할돼 길모퉁이쪽에는 건강식품가게와 여인숙, 길안쪽은 가정집으로 변해 버렸답니다.
유치환 선생님의 부친은 그가 통영보통학교 4학년을 마치자 형 致眞(극작가) 선생과 함께 일본유학을 보냈습니다. 도요야마중학에 다니던 그는 4학년때 부친의 사업이 기울어 귀국, 동래고보 5학년에 편입했고 졸업후 연희전문에 입학했으나 1학년때 중퇴, 다시 일본으로 가서 사진을 배우는 등 순탄치 않은 청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형 致眞 선생의 영향으로 일본유학 시절부터 시를 썼던 청마는 31년 문예월간 2월호에 시 「정적」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그후 평양, 부산 등을 전전하던 그는 37년 통영협성상업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 다시 통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39년 첫 시집인 「청마시초」를 펴내는 등 안정된 생활도 잠깐, 40년에는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가서 살다 해방 직전인 45년 6월에야 다시 통영으로 돌아옵니다. 이때 자리를 잡은 곳이 통영시 중심가인 문화동 183번지. 조선때 3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세병관(洗兵館)에서 중앙로로 내려오는 통제로(統制路) 오른편에 있는, 현재 충무교회가 있는 자리랍니다. 통영분이시라면 다들 아실 듯...
청마 선생의 부인 權在順씨는 이곳에서 문화유치원을 경영했고 청마 선생님은 통영여중에서 교편을 잡습니다. 지금은 살던 집은 자취도 없지만 충무교회에서 운영하는 교회 1층의 유치원은 여전히 「문화유치원」으로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유치원 옆건물에 「影山莊」이라는 간판을 걸고 지역 문화인들과 교유했던 그는 충무문화협회를 조직하고 청년문학가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일제하 암흑기에 애국운동을 벌였습니다. 또 시인 具常씨 등과 함께 인근 봉래극장에서 시극(詩劇)을 공연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통영시 통제로를 따라 조금 더 내려오면 오른편에 있는 통영우체국. 청마 선생님이 평생 순결한 사랑을 나눴던 같은 학교 교사 李永道여사에게 연서(戀書)를 써보내던 곳이며 그가 한때 집배원으로 일했던 우체국이기도 합니다.
우체국 건너편에는 청마가 책을 사러 자주 들렀던 이문당서점이 2대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다. 이영도여사님이 2층에서 수예점을 경영했던 서점 앞 「호심커피숍」 건물은 헐려 4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고 「호심」이라는 향토적 이름 대신 「뮤즈」라는 낯선 이름의 커피숍이 성업중입니다. 이문당서점에서 중앙로로 나와 길건너편을 보면 청마선생이 결성했던 충무문화협회 사무실이 있던 건물이 빵집으로 변해있고 우체국 인근의 봉래극장은 간판의 칠이 벗겨진 채 퇴락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고 있죠..
한국전쟁이 나자 부산으로 피난, 문총구국대를 조직해 종군했던 선생님은 53년 휴전과 함께 통영으로 돌아와 교육 및 詩作에 전념합니다. 55년 경주고 교장에 취임한 것을 시작으로 만년의 10여년을 경주 대구 부산 등에서 교육가로서 보내던 청마선생은 67년 2월 부산 좌천동 앞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져 부산 하단동 산기슭에 묻혀 계십니다.
내년이면 유치환선생님께서 사거(死去)한지 37년. 그의 20주기때 계획했던 문학상 제정과 기념관 건립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공염불이 됐고 71년 창간한 「청마문학」도 2집이 나온지 16년째 중단돼 있습니다.
그나마 통영항과 동쪽의 동호만 사이에 솟은 남망산공원으로 오르는 길목에 74년 충무청년회의소에서 건립한 「깃발」시비가 고즈넉히 서있습니다. 59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 동안 10권이 넘는 시집과 3권의 수필집을 남기고 간 청마 유치환 선생.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처럼 그 시 한편 한편들은 그의 분신이 되어 영원히 통영 어딘가에서 머물고 있답니다.
'우리 문학 현장을 찾아서/ 유치환'편에서... 통영민박넷 편집 - 무단복제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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