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할아버지 충성이 어린.. 두룡포 갯바람을 쐬어 자라난.."

운영자가 다녔던 초등학교 교가의 한 대목이다. 이순신 할아버지라...( ^^)a 다들 이순신 장군이라고 칭하는데 웬지 우린 이순신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어색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다. 그 만큼 이순신장군은 우리 통영 지역민들에겐 아주 친숙한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오늘은 이순신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위패를 모신 통영 충렬사를 운영자가 찾아나섰다. 따뜻한 가을 날씨가 걸어서 토성고개를 넘어설 땐 약간 더운감을 안겨 줬다. 통영시 북신동에서 걸어서 통영 중앙시장을 넘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게 통영 최초의 종합 쇼핑몰(?) 통영 데파트이다. 과거 한차례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자체는 약간 어눌(?)하지만 아직까지도 통영의 중심지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데파트를 지나 천천히 도로를 따라 가는 길.. 이문당서점.. 통영의 명동거리라고 칭하는 오행당 골목을 지나 오거리 시계탑(물론 지금은 시계가 없다. --;;)을 거치면 조금은 한적한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명정동 산복도로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저 멀리 통영 충렬사가 눈에 보인다.

물론 가는 길에 통영의 명물, 꿀빵 생각이 간절하다면 오미사 꿀빵집에서 꿀빵을 몇 개 사먹어도 좋을 듯 싶다. (통영의 명물 '통영꿀빵'의 원조이다. 아 먹고 시포라~)

일단 들어가기전에 길 건너편에서 충렬사의 정면 모습을 완전히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찍어보자. (차아알 카악~)

통영 충렬사라는 현판을 확인하고 계단을 올라가면 우측으로 관람 요금을 지불하는 곳이 있다. 어른은 관람요금이 1000원인데, 소인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

내가 얼굴을 내밀자 관람 티켓을 두장을 내밀어줬다. "저 혼자인데요.. ^^;; " 충렬사 관람은 적어도 2명이상은 같이 오기 때문에 아무 말없이 2장을 불쑥 내밀었으리라.. 그러나 난 혼자였다. ㅠ.ㅠ

충렬사 현판을 위로 하고 대문을 들었을 때 나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충렬사의 거대한 동백나무였다. 적어도 몇 백년은 되었으리라.. 통영의 시화가 동백이라서 통영시내에는 많은 동백나무들이 여기저기 심어져 있다. 그러나 내가 여태껏 본 동백나무 중에서 이렇게 두꺼운 나무기둥을 자랑하는 동백나무가 있었나...? 없었다. --;;

정말 큰 동백나무였다. 동백꽃이 피는 철이 아니라 아쉬웠지만 그 동백나무의 무성한 나뭇잎만으로도 내년 꽃이 필 때의 동백나무의 위대한(?) 자태를 상상하고도 남았다. (자세한 내용은 통영민박넷 좌측 메뉴 '통영문화재 - 명물'을 참고하기 바란다.)

앞으로 쭉 난 길에 시선을 두고 따라 가다보면 큰 관망대가 뚝하니 버티고 있다. 현판에는 강한루(江漢樓)라 적혀 있는데 헌종 6년 (184O년) 이충무공의 8대손 이승권(李升權) 제172대 통제사가 세웠다고 한다. 일단 그기로 올라서 내가 올라온 반대쪽을 관망했다.

충렬사 안쪽 정원을 시작으로 해서 시선을 더 멀리 두면 저멀리 충렬사 정문 밖 통영시내가 훤히 보였다.

저 멀리 우뚝 솟은 통영 미륵산이 눈에 들어오는데 한자락 가을 바람이 햇볓을 가려주는, 족히 몇 백년은 되어 보이는 듯한 나무의 가지를 흔들어 가을 낙옆을 날렸다. 통영의 바다를 보고 누군가 보고 동양의 나폴리라 하였던가....

난 오늘 통영 충렬사와 저 먼산을 보며 한국의 무릉도원이라 칭하리다. ( ^^);;

다시 강한루를 내려오면 바로 외삼문을 지나게 되는데 그 문 바로 위에 충렬동(忠烈洞)이라 적힌 현판이 보인다. 현종 임금의 사액현판(賜額縣板)으로 문정공(文正公) 송준길(宋浚吉)의 글씨라 한다.

외삼문을 지나면 좌측으로 바로 작은 사당 같은 곳에 거북선 모형이 보인다. 청동색 거북선 모형은 그 기세가 임진란 왜군을 무찔렀을 때의 그 표정(?) 그대로 인 듯하다.

어디선가 좋은 향이 난다. 코를 킁킁(?)거리며 그 향의 출처를 찾아 나선 나는 십여분을 그렇게 멍하다가 겨우 마당에 심어 놓은 천리향 나무에 코를 가져다 댔다. 아... 작은 천리향 꽃이 비로소 눈에 띄였다. 은은한 천리향나무에서 이토록 맑은 향이 나다니.. 충렬사 전체에 은근히 퍼져 있는 듯...^^

명산의 사찰처럼 조용한 충렬사 내에는 그러고 보니 여기 저기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많았다. 조용히 사색을 하기에는 충렬사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진 않지만 뒷뜰에 마련된 휴식 공간이 있는 걸로 봐서 참 좋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좁은 통영지역에서는 갈데 없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많이 활용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그래서 아마 조금전에 내가 충렬사를 들어오려했을 때 2장 티켓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밀었는지도...)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고 눌러대기 바쁜 나의 모습이 신기한 듯 저 멀리 연인같이 보이는 한 쌍의 커플이 나를 힐끔 힐끔 쳐다본다. 아니면 자신들의 사랑 행각을 나에게 들켰을까 내 눈치를 의식하고 있는 것일지도.. ^^;;

다시 한 계단을 더 오르면 드디어 충렬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충무공의 영정을 모셔놓은 사당이 보인다. 감히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없을 것 같은 위엄함도 잠시 잊고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눈치를 보며 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내 모습은, 아마도 이 충무공의 위대함을 내 작은 디지털 카메라 담는 다는 것 자체가 무례를 범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내 마음의 조바심이리라...

이 충무공, 우리나라를 구한 일등공신이다. 감히 말해본다. 이 충무공이 그 당시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아마 일본어를 말하며 일본 게다를 신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너무 감히 말했나.. ㅠ.ㅠ;;; )

이 충무공의 영정에 묵례하고 뒤로 돌아서면 높은 지대라 통영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사실 큰 나무들에 가려서 그렇게 많이 보이진 않는다. --;; ) 잘 보살핌의 덕분인지 충렬사의 모든 나무들은 적어도 몇 백년은 되어 보였다. 큰 나무들은 내가 보는 시선 한 자락 모퉁이마다 자신들의 가지를 이 만큼씩 드리운다.

한참을 그렇게 통영시내를 바라보다 다시 강한루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우측으로 보이는 작은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작은 전시장을 만나게 되는데 그곳에 명나라 황제가 임진왜란 당시 출병하여 참전했던 명나라 장군에게 이 충무공의 위대한 업적을 전해 듣고 이 충무공에게 하사했던 8사품이 전시되어 있다.(자세한 내용은 통영민박넷 좌측 메뉴 '통영문화재 - 명물'을 참고하기 바란다.)

한산대첩 해전도를 그린 큰 병풍과 그리고 무기들, 전략도등도 전시되어 있는데 그 당시 사용했던 큰 칼들을 보면서 전쟁이란 과거나 현재나 똑같이 잔인한 인간의 병폐가 아닌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사실 큰 칼이 무섭기도 했다.)

따뜻한 가을 햇볕이 조금씩 누그러지면 길게 뻗는 햇빛이 전시장 안을 감돈다. 전시장을 나오면 다시 강한루와 마주하게 된는 데 큰 나무들의 긴 그림자에 가려서 이제 강한루는 조용히 저녁을 맞이하는 듯 했다.

이제 됐나.. 생각하며 충렬사를 등지고 왔던 길을 걸어 나오는 걸.. 괜히 먼가를 빼먹은 듯한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매표소 직원인 듯 한 사람이 내가 내려오는 길을 지키고 서 있다. 나를 감시라도 하는 듯이 나를 위 아래 쳐다보곤 무슨 말이라도 걸 듯 하더니 내가 충렬사 정문을 나가는 듯을 확인하고는 다시 매표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혼자인 내가 뭐하러 여기 왔나 싶었나보다.. 아니면 내가 충렬사 내의 전시된 물건이라도 훔쳐 나가나 감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튼............

통영유정이라 했던가.. 아마도 그러한 말들은 괜히 하지 않아도 이렇게 기분으로 느껴지나 보다. ㅡㅡ;;;;;

다시 충렬사 정문을 나서면 바로 앞 도로에는 충렬사안에서의 정적과는 사뭇 다른 자동차들의 시끄러운 엔진소리에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그런 생각도 잠시 다시 멍하니 통영시내로 묻혀 들어가는 나의 발걸음은 그 아쉬움을 끝내 이기지 못해 충렬사를 몇 걸음 나선 후에도 돌아서서 또 다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이순신 장군님... 몇 백년이 흘렀지만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 이 멘트가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혼자 괜한 한 마디를 던지고.. 충렬사 내에서는 절대 필 수 없었던 담배 한가치를 피워 물고 다시 북신동으로 향해서 가는 길... 통영 시내를 지나간다.

그렇게 길진 않지만 통영시 충렬사를 다녀온 운영자의 기행문(?)이었다. 앞으로 통영 충렬사를 찾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시간이 되면 꼬옥 가보시길... 그리고 생각해보시길.. 무엇을(?) ^^

2003년 따사로운 가을 날씨... 통영민박넷 (본 게시물은 통영민박넷에서 자체 제작하고 촬영하였으므로 무단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