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라... 가을을 말하는 아주 식상한 표현이라고는 혹자는 말하지만 그래도 이 말처럼 가을을 잘 표현한 말이 또 어디 있으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찌고..

말이 살을 찐다는 말은 우리 일상에서는 그다지 와닿지는 않지만 하늘이 높아 졌음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쓰윽 바라봄으로써 충분히 확인하고도 남는다.

정말 가을 하늘은 높기도 하다. 착량묘 계단위에 올라 착량묘를 돌보는 아저씨를 기다리며 저 멀리 도천 앞바다에 시선을 두다가 하늘을 바라본 내 눈엔 구름 한점 없이 저 멀리 높아진 하늘만이 있다.

잠시후 손에 단감을 들고 한입 쓰윽 물고서는 착량묘아저씨(착량묘를 돌보는 아저씨의 준말이다.)가 나타나셨다. ^^

"왜 안에 들어갈려 하요?" 툭 한마디 내 뱉어시고는 착략묘 현판아래 문을 열쇠로 열어주셨다. "뭐 별로 볼 게 없을텐데..."하시더니 내가 신기한듯 "이야~~"하며 탄성을 지르면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자... 조금은 자긍심이 생기셨는지..

"안에도 보실라우?"하시면서 안쪽 내당까지 문을 열어주셨다. 착략묘와 더불어 어린 시절을 보낸 운영자였지만 실제로 착량묘안을 들어와 보긴 사실 이 번이 처음이다. 그다지 넓지 않은 조용한 사당같은 착략묘는 뒤에 병풍처럼 늘어진 오래된 나무를 배경으로 약간은 초라하게 느껴졌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나에게 방해가 될까봐 아저씨는 이리저리 몸을 피해주셨다. 사실 그렇게 하실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착량묘에서 착량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당황포 해전에서 패한 왜군들이 미륵도와 통영반도 사이의 좁은 지역을 도망가기위해 이곳을 파고 도랑을 만들었다 해서 유래된 이름인데 통영지역에서는 이 곳을 판 곳이라는 의미로 '폰데'라고 부르기도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순국하고 전란이 끝난 이듬 해인 선조 32년(1599) 수군(水軍)들과 이곳 주민들이 공의 충절과 위훈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폰데'가 바라보이는 착량 언덕에 초옥을 짓고 공의 위패를 모시어 춘추향사와 기신제(忌辰祭)를 모시었으니 이것이 이충무공 사당 착량묘의 효시가 된 것이다.

그 후 고종 14년(1877) 공의 10세손 이규석(李奎奭) 제198대 통제사가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고쳐 짓고 그 이름을 착량묘라 하였으며, 이때 호상재(湖上齋)도 같이 지어 통영 지역민의 자제들을 교육시켰다고 전해진다.(더 자세한 사항은 통영민박넷 탑메뉴 '통영여행지'를 클릭하길 바란다.)

이 충무공 위패를 모신 중앙 사당 나무기둥 옆으로 올라 서자 담벼락 기와장 너머로 도천 앞바다가 넌저시 보였다. 저멀리 신아조선소와 마리나콘도도 보였다. 그리고 우뚝 솟은 미륵산도 언제나처럼 그렇게 버티고 서 있었다.

저번에 통영 충렬사를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착략묘에서의 통영 바다 풍경은 운영자가 가본 어느 산하보다 아름다웠다. 우측으로 약간 고개를 돌리자 약한 바람과 함께 한들거리는 큰 나무들 사이로 구름다리가 눈에 보였다.

구름다리.. 운하교라고들 한다. 운영자가 저 다리를 고등학교때 얼마나 많이 걸어서 건너곤 했던가.. 물론 해저터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추억이 있는 다리이다. 그 위로 오후의 햇살을 가르며 무심히 지나가는 시내 버스.. 그 유리창에 비친 햇빛이 아주 강하게 내 시야를 뚫고 들어왔다.

"여기 내당도 보실라우?" "아 네~" 한 동안 넋을 잃고 보는 동안 착량묘 아저씨가 옆에서 뭘 그리 멍하니 보느냐면서,,, 나를 재촉이라도 하듯 한마디 하셨다. '-')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오래된 착량묘 내당 문고리에 달린... 자물쇠가 험한 비바람으로 녹이 슬어서인지,,, 자물쇠가 열쇠를 너무 오래간만에 만났는지 도무지 열릴 생각을 않는 것이였다. --;;;;

그렇게 한동안 자물쇠와 씨름을 하시던 아저씨는 아주 자랑스럽게(?) 문을 활짝 열어 제꼇다. 그리고 이 충무공의 위패를 보여주셨다... 에....--;;;

너무나 초라한 모습에 한동안 원망의 눈빛을 아저씨에게 보냈다. 그러나 아저씬 또 다시 내가 카메라 셔터를 누를 줄 아셨는지...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인지 저 뒤로 돌아가 계셨다. --a

찰칵..찰칵.. 내당은 어두워서 자동플래쉬가 터졌다. 감히 이렇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건가.. 하면서도 통영지역을 소개해야지 하는 내 마음을 스스로 타당성으로 내세워 마구 찍어댔다. ^0^;;

그리고 길고 고된(?) 촬영을 끝내고 착량묘아저씨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를 외치고는 다시 착량묘 문 앞 계단위에 섰다. 저 멀리 다시 도천동 앞바다가 날 반겼다. 오후 햇빛이 가을 쪽빛 바다에 반사되어 반짝 반짝했다.

'소년은 또래 친구들과 같이 하늘참외를 따기 위해서 이 착량묘 옆 벽에 자주 놀러오곤 했다. 하지만... 하늘 참외는 그다지 쉽게 딸 순 없었다. 그래서 항상 돌을 그 벽면 위로 힘껏 던져서 벽에 열린 참외를 떨어뜨릴 참이었다. 그러나 되돌아 오는 돌맹이에 자기가 맞아 울기 십상이었다'

잠깐 운영자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어린 시절 착량묘 아래 해저터널 옆 벽에 일명 하늘참외라는 것이 열렸다. 야생 참외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시절 그 또래 꼬마들은 그것을 따기 위해 연신 돌을 던지곤 했더랬다... ^-----------^

착량묘를 보고 나오는 길... 긴 계단을 터벅 터벅 내려오면서 저 멀리 바다 건너 미륵도로 갈 참이었다. 미륵도를 가려면 여기서 두가지 길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구름다리를 건너느냐... 아니면 해저터널로 가느냐.. 역시 바로 앞에 보이는 해저터널 입구가 나를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a

그래서....

계단을 내려와서 해저터널로 향했다.. 해저터널로 향하는 길... 그 길은 다음에 소개하련다.. ^^

통영민박넷 운영자 올림. 2003년 11월 초.. 통영민박넷 (본 게시물은 통영민박넷에서 자체 제작하고 촬영하였으므로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 마지막으로 저의 촬영을 위해 착량묘문을 어렵사리(?) 열어주신 착량묘 아저씨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