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남망산을 오르다 보면 오가는 이의 발걸음을 잠시나마 멈추게 하는 유치환 선생님의 시비가 있다. 운영자도 어릴 적 그 시인이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그 시비에 적힌 시만큼은 오가는 길에 읊조리곤 했더랬다. 아니 사실 모두다는 읽지 못했더라도 첫 구절..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구절은 어린 나의 머리속에 언제나 머물렀다. 통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그러지 않았나.. 생각한다면 너무 오버인가? ^^a

오늘은 통영의 시인이며 한국의 대표적 시인인 청마 유치환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통영시에서 큰돈(?) 들여 지은 청마문학관을 필자가 찾아 나섰다. 물론 디카도 옆에 차고... 타임도 한갑 샀다. ^^

늦가을의 통영 바다바람은 약간은 쌀쌀했지만 그래도 내리쬐는 태양빛과 귀막히게 어울려서 봄날 약간 추운 날 쯤.. 그 때쯤의 날씨 정도였다. 덜커덩.. 거리던 버스는 북신동 사거리에서 정량동으로 방향을 돌렸다. 공설 운동장을 지나 조금 더 가다보면 바로 내려야 했다.

어디로 가야하나.. 방향을 확인한 후 깜빡거리는 신호등을 보고 잽싸게 건널목을 건넜다. 바다쪽으로 걸음을 걸었다. 근처 통영멸치조합(통영 기선권현망조합)이 있었기에 많은 선원들이 눈에 띄였고 상가들 또한 어선들에서 소비하는 물건들을 많이 파는 곳이 많았다.

끼룩끼룩.. 갈매기 한두마리가.. 한두마리라 외로웠는지.. 유난히 크게 울어댔다. 사진기를 들이대고 찍을 참에 햇빛 역광에 눈살만 찌푸렸다.

'청마문학관'

갈색바탕에 흰색 글씨로 청마문학관 이정표가 눈에 띄였고 왼쪽으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주위 멸치상점이 많은 것으로 봐서 바로 앞이 통영멸치조합이렸다?!

이정표 바로 아래에서 왼쪽으로 휙 도니.. ^^;;

계단이 쭈욱~~~~~ 내 눈 시야를 위로 잡아 당겼다. 저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나..? ^^;;;
터벅 터벅 올라가다가 정량동 앞바다를 볼 요량으로 휙 돌아봤을 때... 너무나 아름다운 통영바다가 또다시 나를 한번 감탄케 만들었다.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배가 고파서 그런걸까... 아니면...

이것은.........

소리 있는(?) 아우성??!! ^^;;;;

계단중간 쯤 오르니 좌측으로 청마문학관 정문이 보였다.
그 긴 계단 끝에 청마문학관이 위치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였다. 그 계단의 끝은 통영기상청였고 청마문학관은 바로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

들어가기 전 청마문학관 간판을 확인하고 카메라 셔터를 한번 눌렀다. 가을이라 색깔이 조금 바랜 잔디밭 뒤로 문학관 건물이 방금 걸어온 거리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새 건물이라 그런지 깨끗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웃기웃...

바로 앞 건물에는 아무도 없길래 바로 본관인 듯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아가씨가 데스크에 앉아 있길래 머리를 한번 꾸벅이고 여기가 청마문학관이 맞냐며 괜한 질문을 했다.

"저어 실내에서 사진 찍어도 되나요?"
"원래는 안되는데... 왜 그러시죠?"
"아.. ^^;; 통영 소개하는 사이트에 올릴려구요.. 안될까요?"
"아 네.. 그럼 조심해서 찍어세요."
"하~ 감사합니다."(꾸벅)

실내에는 그다지 큰 전시장은 아니였지만 잘 꾸며진 박물관처럼 아름다웠다. 흘러나오는 방송(?)에서는 청마 유치환 선생의 일대기를 읊조리고 있었다. 귀보다는 눈에 더 즐거운 것들이 많아서 그런지 흘러나오는 멘트들은 한쪽 귀로 들어와서 다른 귀로 흘러 나가기 바빴다. ^^;;;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처음 대하는 것은 청마유치환 선생의 흉상이였다. 뿔테 안경을 꾹 눌러쓴 젊은 청년 유치환은 그 당시의 젊은 모습 그대로 나를 반기듯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a

흉상 뒤로 적힌 글귀를 잠시 읽은 후 운영자는 우측으로 돌아 벽면에 붙어 있는 청마선생의 작품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어 나갔다. 물론 간혹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간쯤이였을까.. 유리상자 내에 보관되어 있는 원고지들.. 뭘까? 궁금증에 라벨을 먼저 찾았다.

유치환 선생의 친필이라고...?

'아 내가 지금 교과서에서만 보고... 그냥 좋아서 입으로 읊조리고만 했던.. 그 시들을 .. 지은 시인의 친필을 보고 있단말인가..?'

묘한 감정이였다. 몇천년 몇백년 흐른 골동품은 아니였지만.. 몇천년 몇 백년을 나와 시간을 둔 사람은 아니였지만 그 시간의 이질감속에서 다가오는 공간의 공감이란 정말 묘했다.
나도 저런 글을 적을 수 있는데... 하지만 그 분의 글들은 나와는 다른 것...
설명못할 느낌이란.. 정말 글로 적기란 힘들다. ^^;;

다시 앞쪽을 보면 유치환 선생님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살아 생전 사진들과 몇가지 필기구들.. 모두가 그 분이 사용했던 것이리라.

40분여 정도를 둘러본 후 나오는 길에 데스크에 앉아 있던 아가씨에게 꾸벅 인사하고 혹시 청마유치환님의 생가는 어딘지를 물었다.

바로 위에 있다며 손가락으로 계단을 가르키며 계단을 올라가라 했다.
생가는 거제 있지 않았나..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기전 위를 올려다 봤다. 초가지붕을 한 집이 한채 보였다.

'아니 그럼 저기가 청마 유치환 선생님의 생가?'

한참에 두 계단씩 성큼 성큼 올라 초가지붕 집앞에 섰을 때.. 나를 반기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
마치 누구냐면서.. 나를 바라봤다.

바로 공사하시는 아저씨들이였다. 지난번 태풍 매미로 인해 유치환 생가 지붕이 통채로 날라갔다 하시며 볏짚으로 지붕을 얹고 계셨던 것이였다.
사진을 몇 컷 찍어도 되겠냐며 양해를 구한뒤 집 전체가 다 나올수 있게 저 뒤로 발걸음 옮겼다.

찰칵찰칵...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난감한 터라... 담배나 한대 필 요량으로 앉아 쉴 곳을 물색했다. 두리번...
바로 옆에 벤치가 있었고.. 전망 또한 좋았다. 앉아서 한동안 저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높은 지대라 그런지 통영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이 바다가 바로 유치환 선생님이 항상 바라보며 자란 그 바다렸다.
좀전 전시장에서 유치환 선생님의 친필 원고지를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지금 청마 유치환 선생님과 공감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은 아니지만 같은 장소라는 이유만으로도 난 소리없는 아우성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사가 끝났을까..해질녁이 되어서 일까.. 작업인부들이 한둘 사라지고.. 청마의 생가는 갑자기 외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해가 지고.. 찾는 이 없는 이 청마의 생가에는 아마도 밤이 되면.. 파도소리 들으며 아직도 원고지에 잉크를 그려나가는 청마의 모습이 나타날지도...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청마 문학관 개요 :

청마 유치환(柳致環)선생의 문학정신을 보존.계승 발전시키기 위해2000년 2월 14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망일봉기슭 1,220평의 부지에 문학관(전시관)과 생가(본채,아래채)를 복원.개관하였다.
전시관(51평)에는 청마의 삶을 조명하는 [청마의 생애]편과 생명 추구의 시작을 감상하고 작품의 변천.평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청마의 작품 세계] 편, 청마가 사용하던 유품들과 청마관련 평론. 서적 논문을 정리한 [청마의 발자취]편,[시 감상코너]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마의 유품 100여점과 각종 문헌자료 35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전시관 위쪽에 있는 생가(17평)에는 약방, 안방, 부엌, 마루로 이어지는 본채와 사랑방, 광 측간으로 지어진 아래채가 자리 잡고 있다.

※ 청마생가는 통영시 태평동 552번지 였으나 도시의 발전으로 부지가 협소하여 제자리에 생각를 복원할수 없어 부득이 현 장소에 옛날 생가형의 모습을 갖추어 복원 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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