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곁잠을 자다가 깼다. 몇시..?

어렴풋이 보이는 휴대폰 전화기는 새벽 5시반을 알려줬고.. 부랴부랴 세수하고 모자 쿡 눌러쓰고.. 서호동 가는 버스를 탔다.

서호동 여객선터미널 새벽 6시 10분. 몇몇 낚시꾼들이 눈에 보였고.. 섬에 사시는 분들.. 몇 분.. 그리고 젊은 남녀.. 그리고 그들이 데리고 있는 시베리안허스키(?) ^^.. 그 젊은 커플의 대화로 봐선 소매물도로 여행가는 듯 했다. 그곳에 가면.. 그곳 개도 많을텐데.. 서로 싸우진 않을 지.. ㅋㅋ

배가 고팠다. 주위 매점에서 보름달(?)빵하고 우율 하나 사먹곤.. 여객선터미널 바로 앞 광장을 휘이이.. 한바퀴 걸어 도니깐 배시간이 되었다. 비수기때 비진도 배편은 소매물도로 가는 배가 완행(?)으로 한번 거쳐가기때문에 소매물도행 배를 타면 된다. 배에 오르자마자 앞쪽 맨 아래칸으로 가서.. 자기 바빴다. -_ -a

그러나 또 깊이 잠들순 없는 일.. 언제 내려야 할지 모르는 판에.. 비진도를 놓치면 영락없이 소매물도까지 가야하므로.. ^^;; 한 시간쯤 지났을때.. 배 스피커로.. 비진도 뭐라뭐라 하길래 눈을 번쩍.. *.*

마침 옆에 내릴 채비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여기 내리면 비진도인가요?"
"네"

그 대답한마디에 후다닥 내렸다. -_-;; 에..................................................

태풍 매미의 피해를 많이 받았다더니.. 예전 내가 와본 비진도랑은 영 딱판이였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바뀌나.. -_-;;;
방금 내릴 때 물어본 아주머니가 저 앞으로 가고 계시길래 쫓아가며 물었다.

"아줌마~ 여기가 비진도 맞습니까?"

바로 대답이 없던 아줌마.. 잠시 날 보더니.. 뭔가 알았다는 듯 .. 하시는 한마디~

"여기 비진도 내항인데.. 아무래도 외항마을 가나보네"

ㅡ.ㅡ;; 비진도가 이렇게 큰 섬이였단 말인가? 내항마을도 있고 외항마을도 있고.. 마을이 2개나~! 난감했다.. 배편도 새벽 1차례.. 오후 1차례 2편인데.. 사선이라도 타고 가야한단 말인가? 그럴 돈도 없는데;;; 그런데 다행히도 그 아주머니가 뻥쪄 있는 내 모습이 안되어 보였을까.. 한말씀 더 해주셨다.

"저 길따라 쭈욱 가면 10분 정도면 외항마을 나옵니다. 그길로 가이소"

^0^ 감사합니다를 한 세번 정도 굳건하고(?) 강력하게(?) 말하고 그 길로 씩씩하게 말걸음 돌렸다.

헉헉.. ㅡ.ㅡ;; 숨차다. 9월달이라 가을이지만 ... 아침이지만...;;; 조금 더운감도 있었고.. 길도 비포장도로..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난.. 숨찼다. -_ -;;

그러나 한 10여분을 걸어 갔을 때 그 길 옆으로 바다풍경이 정말 아름다웠고.. 조금 더 걸어 가니 바로 앞 외항마을이 눈에 들어 왔을 때, 그 위로 해가 떠오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아름다운 한폭의 자연풍경화를 보는 듯 했다. 길게 뻗은 그 유명한 비진도 해수욕장이.. 그 유명세 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했다.

후다다닥~~ 슬리퍼가 찢어질새라 외항마을로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젤 눈에 띄는 해송원콘도를 찾아 갔다. 디카를 들고 여기저기 사진을 먼저 찍고 있는데.. 날 마중 나오셨는 듯 이장님께서 반겨주셨다. 꾸벅 인사를 올렸다.

이장님은 다짜고짜 식사부터 해야 한담서 이장님댁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고.. 난 .. 그 몇년동안 한번도 먹어본 기억이 없는 아침식사를.. 그것도 아침식사 시간(8시..?)에 맞춰 먹었다. 섬에서.. 섬냄새(?)를 맡으며.. 섬집 마루에서 먹는 아침밥은 정말 꿀맛이였다.

이장님께서는 섬마을 전체가 오늘 해수욕장 청소를 해야 한다며 바삐 나가시고, 이장님사모님께서 아침을 해주셨다. 게다가 후식으로 맛난 커피까지~ 정말 좋았다. ^-^

이장님사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길 나눈 후에 섬을 한바퀴 휘 돌아볼 요량으로 디카를 들고 이장님댁을 나섰다. 일단 바다로 향했는데 끝없는 해변이 쫘악 펼쳐졌고 저 멀리서 해변 청소를 하시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카메라를 들어 한컷 담았다. 좋은 모습이니깐..

해수욕장은 그런 것 같다. 여름 한철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여름과는 달리 너무 조용하고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보였다. 단지 무심히 왔다갔다 하는 파도와.. 여름 성수기에 여행객들이 바다에 버려서, 파도가 삼켰던.. 그 쓰레기들.. 이젠 사람들이 다 가고 없어진 해안가에는 그 동안 삼키고 있던 쓰레기들을 토해 내느라 바쁜 파도만이.. 쓰윽.. 차알싹.. 쓰윽 차알싹.. 왔다갔다.....갔다왔다..

그로 인해 섬마을 주민들은 9월 첫날정도가 되면 모두가 이렇게 청소를 하는 게 연중행사처럼 되었다고.. 이장님께서 귓뜸하셨다.

아직 더운 날씨에 그 바다로 무작정 뛰어들고 싶었지만 슬리퍼 신은 발가락 사이로 바닷물을 스며들게 하는데 만족하며 천천히 바닷가 모래길을 걸었다. 무심코 오가는 파도만이 내 발길을 간지럽혔다.

무슨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련가..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바닷가에.. 무슨 추억이라도 있는 듯 혼자 거니는 한 남자.. ^-^a

아니면 흘러간 옛노래에 나오는 노래가사 한 대목이련가... 계절이 지나버린 쓸쓸한 바닷가에.. 언제나 부서지는 파도만이.. ^-^

파란 파래 한조각이 내 발가락에 걸리더니 빠질 생각을 안한다.

물이 너무나 맑다. 맑은 바닷물은 옅은 녹색을 띈다. 저 먼 바다는 짙은 청색에서.. 해안가로 가까이 올수록 옅은 파란색.. 하늘색에서 다시 모래사장 바로 위에서는.. 옅은 녹색이다.

해는 이제 중천이다. 그러나 피서객들이 떠난 해수욕장을 가진 섬에는 여름 성수기때처럼의 아우성과 북적임... 그들이 수없이 남기고 남겼던 모래위 발자국 조차 찾기 힘들다. 너무 조용한 섬,, 비진도?

비진도는 고운 모래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으로 그 유명세가 전국적이다. 그러나 비진도 하면 일단 해수욕장이 자연스럽게 뒤에 달라 붙을 정도로 비진도가 해수욕장만으로 유명해 진것이 결코 그다지 좋지 만은 않은 듯하다.

비진도는 그 해수욕장의 유명세에 다른 멋있고 아름다운 곳들이 제 값을 못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바깥섬에 보이는 산, 유선대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그마한 길들.. 그리고 아침 비진도 내항마을에서 외항마을로 걸어올 때의 그 산책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을 날의 조용한, 너무나 조용한 모래해변과 뒤쪽의 몽돌해변, 해송숲..

비진도 모래해변은 여름철 붐비는 해수욕장으로만 만족하기엔 너무나 아쉽다. 봄..? 가을.. 살며시 스치는 햇볕을 안고 그 한적한 모래사장을 맨날로 거닐어본다면.. 그 이유를 알 듯 하다.

선유대는 오르면 저 멀리 매물도는 물론, 한려수도 저 멀리 무인도까지 다 보인다하니 이 또한 비진도의 아름다운 곳이며 외항마을 소나무 숲 언덕 벤치에 앉아 있노라면 솔솔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스르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버리는... 그 포근함까지..

또한 비진도는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한자리에서 볼 수도 있다. 바깥쪽 몽돌해변에서 떠 오르는 해는.. 하늘 중간을 통해.. 저녁이 되면 모래해변 저 멀리 .. 저 바다 끝으로 진한 주황색을 그리며 .. 주위 모든 사물을 검붉게 물들이며 그 멋진 석양을 남기고 진다.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언제나처럼.. 멍해진다. ^-^

한적한 동네길에서 이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고 있노라면 몇 분 오가는 섬주민분들이 연신 이장님과 안부 묻기에 바빴고.. 난 그럴 때 마다 멍하니 잠시 저 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섬주민 한분은 아예 우리의 대화에 함께하기 위해 길가 옆 이장님 옆에 걸터 앉으셨다. 두 분의 대화는.. 섬에 수돗물이 언제 들어오느냐에부터 시작해서.. 계속 되었는데 난 다시 뒤로 나와 바다만을 바라봤다.

구부정한 허리 뒷춤으로 두손을 올리고 걸어가시는 한 할머니 뒷모습이.. 비진도 한 세월.. 섬에서만 사셨을까 하고 괜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약간 바다안개가 껴서.. 저 멀리 매물도가 보이지 않는다며 날씨 좋은 날에 매물도도 선명하게 보인다며 이장님께선 다음에 날씨 좋을 때 한번 더 꼭 오라며 당부하셨다. ^-^

배가 들어올 시간이 되면 하늘을 먼저 바라본다. 비가 올 듯 하고.. 파도가 거세지면 통영항에서 출항한 배가 비진도까지만 오고 매물도까진 운항치 못하고 비진도에서 바로 다시 통영항으로 간다고 하기에.. 하늘을 먼저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2시 40분께.. 이장님의 배웅을 받으며 비진도 선착장에 나가 멍하니 바달 바라보는데 저 멀리 여객선들이 들어온다. 나보다 먼저 한 아주머니가.. 매물도 가느냐고 물어보시길래 귀를 기울였다.

"매물도 갈끼가?"

아마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듯..

"안 가야 되겠슴꺼.."

그 말을 듣고 난 다시 선착장 뒤로 와 바로 퍼질러 앉아버렸다. ^-^ .. 한 2시간 정도는 더 기달려야 할까보다. 매물도까지 둘러서 찍고(?) 다시 비진도 오려면..

아침에 잠을 안 잔 탓에.. 따뜻한 비진도 햇살은 다시 나를 낮잠속으로 유혹했고.. 난 고개를 떨구고 앉아 세상 모르고 잤다.

갈매기 한넘이 까아~~~악 하면서 내 머리위를 날때 벌떡 일어나... 전화벨 소리에 전화부터 들었다.

전화통화를 하는 내 눈 저 멀리.. 비진도 바깥섬을 돌아 오는 여객선이 눈에 들어왔다. 2시간을.. 냅따 자버린 것인가........ ^-^;;

배는 천천히 비진도 선착장에 붙여 왔고.. 난 다시 섬 비진도를 뒤로 한 채 통영으로 향했다.

비진도에서 거닐 듯 그 보드라운 모래 감촉을.. 아직도 내 발가락 사이.. 끼여 말라버린 파래 조각들을 떼어 내며.. 느껴본다.

'보배에 비한다' 해서.. 비진도라 한다 했던가.. 비진도에서 보배란 아마도 그 아름다운 모래 해변이련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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