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경상·전라·충청 삼도수군의 총사령부인 통제영이 있던 통영의 한 언덕에서 통제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 10여 기가 무더기로 발견, 학계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발견 비석마다 한자 기록이 가득하고, 통제사 비석군이 발견된 이곳은 조선시대 통제사들이 전출입을 하던 통영별로(통영길) 지점으로 추정, 발굴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통영시는 지난 10일 무전동 한진로즈힐 아파트 단지 뒤편 언덕(14번 국도 옆 비탈) 배추밭에서 길이 2m, 너비 70㎝, 두께 30㎝의 균일한 크기로 만들어진 비석 10여 기를 발견, 문화재청과 경남도에 매장문화재 신고했다고 밝혔다.
말구리 언덕 개인 사유의 배추밭에서 발견된 당시 비석들은 한자 비문이 새겨진 앞면이 서로 마주보게 2~3기가 포개진 상태로 땅 속에 묻혀 있었다.
이 중 비문이 겉으로 드러난 2기를 통해 비석의 정체가 삼도수군통제영을 지휘하던 통제사들의 사적비(통제사의 역사적 공적을 기리기 위해 지역민이 세운 비석)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비석 1기에는 '삼도수군통제사 이공의풍사적비(三道統制使李公義豊事蹟碑)'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나머지 1기에도 '가선대부행통제사 이공방일거사비(嘉善大夫行統制使李公邦一去思碑)'가 새겨져 있다. 또 각 비석에는 200여 자의 한자가 비석 전면을 빼곡히 채웠다.
비석에 명시된 이름은 모두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고, 같은 집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총 209대의 삼도수군통제사 중 '이의풍'은 제111대 통제사, '이방일'은 제140대 통제사를 지낸 인물이다.
이의풍의 할아버지 이세선 역시 제66대 통제사를 역임했고, 이방일 통제사 역시 이세선 통제사의 증손으로 같은 집안 출신임이 확인됐다.
특히 이방일 통제사는 재임 때 원문성을 새로 쌓고 만하정을 짓고, 열무정을 재건하는 등 통영의 역사에서 핵심에 서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나머지 비석의 주인공은 비석의 글귀가 맞물린 상태로 매몰돼 있어 육안 확인이 어렵지만 앞면 뿐 아니라 옆면 등에서 한자 기록이 빼곡한 비석도 있다.
학계에서는 비석의 크기와 형태, 출토 상태를 볼 때 나머지 매장 유물도 통제사 비석임을 추정하고 있다.
비석이 발견된 지점이 조선시대 한양과 통영을 오가는 대로인 '통영로(통영별로)'로 역대 통제사들이 부임과 퇴임 때 지나던 길이라는 의미에서 '통제사길'이라 칭해지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 배추밭 창고 밑에도 육안으로 볼 때도 통제사 비석으로 보이는 유물들이 3기 정도 매물돼 있는 상태라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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