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육신의 삶을 살았으되 대붕같이 유유자적하던 박경리(1926-2008) 선생이 2008년 5월 5일 오후 2시 45분경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노 작가는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하며 스스로 떠남을 홀가분하게 여겼으나 남은 이들은 큰 상실감과 슬픔에 몸부림쳤다.
선생의 짧은 삶 안쪽에 큰 도가 내접했으니 그 삶은 큰 삶이요, 긴 삶이었다. 몸통이 크고 거느린 가지와 잎이 많은 만큼 드리우는 문학계 그늘 또한 컸다. 거목이 쓰러지면서 그 그늘도 사라지고 문화계는 땡볕을 견뎌야만 했다.
한국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는 생전 명정골 동백꽃이 50번이 지고 피는 세월만에 고향을 방문, 어릴 적 뛰놀던 세병관 기둥을 잡고 회한의 눈물을 보였다.
그는 생명의 아픔이라는 글을 통해 "고향이란 인간사와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있는 곳이다. 고향은 내 인생의 모든 자신이며 30여 년간 내 문학의 지주요, 원천이었다"고 정의하고 있다.
통영이 낳은 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선생이 그토록 사랑하던 고향땅에 영원히 귀환한 지 만 6년. 이제는 이순신 장군 독전 소리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미륵산 기슭에서 통영의 영원한 어머니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5월 5일은 어린이날 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한국이 낳은 대문호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를 기리는 특별한 날로 지정됐다.
1926년 통영에서 태어난 박경리는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했다 표루도, 김약국의 딸들, 파시, 시장과 전장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1969년 6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기 시작해 25년 만인 1994년에 완성,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그가 떠난 지 만 6년 또 다시 눈이 시린 연두빛. 이제는 선생을 떠나보낸 슬픔 보다는 그를 추억한다.
여든 두 살의 나이로 영원한 삶의 터전인 고향으로 돌아온 박경리 선생 6주기를 맞아 선생의 문학적 업적과 생명 존중 사상을 기리기 위한 각종 추모 행사가 통영에서 펼쳐진다.
내달 5일 오전 11시 30분 박경리 묘소와 기념관이 있는 산양읍 박경리공원에서는 선생 서거 6주기 추모제가 봉행된다. 대금 연주와 함께 박경리 선생의 대표 시가 낭송되고, 생전 통영문인과의 대담 육성을 함께 청취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이날 선생의 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사위 김지하 시인도 참석 예정이며, 원주 문인들도 함께 참배할 예정이다.
또 오전 10시∼오후 1시 통영거제고성 청소년과 일반부 백일장 대회는 물론 통영문인들의 추모 시화전도 예정돼 있다.
특히 이번 추모제는 참가자 전원에게 박경리 관련 기념품과 간식이 제공되며, 오전 9시 30분부터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박경리공원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통영문인협회 김혜숙 지부장은 "박경리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5월 5일은 선생의 문학적 삶과 생애는 물론 지난 6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날이 될 것이다. 특히 백일장 대회에 통영고성거제 청소년은 물론 시민들의 많은 참여로 함께 뜻 깊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추모제는 통영시가 주최하고 통영문인협회가 주관하며, 통영예총과 한산신문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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