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울라봉`이었을 게다. 경남 통영 동피랑 마을 어귀의 자그마한 카페였고, 벽화마을 취재차 들렀는데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뭘 기다리는지 카페 바깥까지 바글바글 늘어선 사람들. `궁금증`이 도졌고 한 여성을 붙잡고 바로 물었다. 대답이 기가 찼다. `쌍욕(분명, 욕이다) 라떼를 기다린다는 것`.
사연인즉 이랬다. 여기서 라떼를 시키면 바리스타 사장님이 우유 거품 위에 초코시럽으로 진짜 `쌍욕`을 휘갈겨 준다는 거다. 그 욕이 얼마나 맛있는지(?) 그 쌍욕 먹으러 이렇게 줄 서 있는 거라며 깔깔댔다.
`설마`하며 얼떨결에 줄을 섰다. 30분쯤 지났을까. 기자를 흘끗 쳐다본 사장님, 라떼 위에 `썅~노랑머리, 나이값~!`이라는 쌍욕을 적어 주셨다.
이곳 신세대들 사이엔 통영 여행 때 꼭 찍어야 할 성지 순례지로 통하는 명물이다. 더 재미있는 건 이들이 이 쌍욕의 등급을 나눠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에 공유하며 서로 즐기는 문화다.
욕으로, 그것도 정도가 지나친 `쌍욕`으로 대박 난 카페 울라봉이 최근 이 `욕`을 버렸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에 생긴 변화다. 지금 울라봉 카페 대문 앞에 놓인 칠판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손님 여러분, 울라봉은 쌍욕라떼를 판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중략) 대신 세월호 실종자 분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나 떠나신 분들에게 전하는 애도의 글을 적어주시면 그대로 라떼 위에 옮겨드릴 생각입니다 … (쌍욕을) 기대하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라는.
따지고 보면 힘든 결정이었을 거다. `욕쟁이 할머니`가 욕을 버렸다면 그건 정체성을 뒤집는 일이다. 수익도, 이미지도, 명성도, 다 버리고 그 `쌍욕` 대신 희망의 문구를 채우는 건, 그래서 모험이었을 거다.
기자는 최근 쌍욕라떼 사장님을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때 물었다. 하필이면 왜 욕, 그것도 쌍욕을 내세웠느냐고. 1초도 안 돼 답변이 날아들었다. `욕은 (자유로운)소통의 도구다. 가게, 손님과 이 카페가 편하게 터놓고 지내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게 이 라떼다. 억눌린 본능을 대신 말해 줬을 뿐이다. 그래서 라떼는 테이크아웃 금지다. 테이크아웃을 한다는 건 (우리 카페와)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어서다.`
트레이드마크인 `욕`을 버렸는데 수익은 괜찮냐고 물었다. 오히려 홀가분하다며 웃는다. 욕 대신 소통의 도구로 기적을, 희망을 얘기하니 훨씬 더 마음이 편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라떼에 큼지막한 글자를 적어 준다. `기적아, 일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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