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a

오늘은 어릴쩍에 늘상 놀던 곳.. 해저터널로 운영자가 디카(디지털카메라)를 들고 향했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북신동에서 버스에 탄 난 자리에 앉아 거의 졸다시피 했다. --;;

덜컹하는 버스에 눈을 떴을 땐 이미 통영 국제음악제 공연장(구 통영군청)앞을 버스가 지나고 있을 때였을까... 내릴 때가 되었나 싶어 두리번 거리고는 다시 눈을 감으려 했는데.. 다음이 내릴 곳이었다. --a

역시 춥다. 바람은 그다지 불지 않았지만 겨울이 다가옴을 아주 실감케 하는 날씨였다.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푹 쑤셔 넣고는 어설렁 거리며 정다운(?) 도천동 거리를 걸었다. '-')/

도천 앞바다가 눈에 보일랑 할 때쯤 우측으로 고개를 휙~ 돌리니깐 저 멀리 해저터널이 눈에 보인다. 아스라히 보이는 해저터널 입구는 여전히 나를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가야지....

윤이상 선생님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해 놓은 윤이상거리를 걸어가면 점점 해저터널이 내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해저터널 입구에 뚝하고 섰을 땐 좌측으로는 도천 앞바다가 쪽빛 물결을 내보이며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고 우측으로는 낯이라서 조금 한산한 도천 시장 일명 구라페~!('굴앞에'를 빨리 읽으면 그렇게 되나..)시장이 보였다.

정면에 서서 해저터널의 입구를 사진에 담았다. 몇 년을 이 길을 걸어 다녔는지 모를 일이다. 꼬마때는 또래 친구들과 담력 테스트 장소로도 활용(?)되던 곳이다. 정말 야밤에 혼자서 이 터널을 건널 수 있을까.. 성인이 된 지금이야 우습지만 그 시절 그 땐 정말 장난이 아니였다. 무서웠던 것이다. --;;; 그래도 난 당당히 혼자 건넜다. '-')v

휘이잉.. 하고 찬 바람이 한차례 불었다. 어 .. 춥다.--;; 하면서 나도 모르게 뛰어서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아 참 그 전에 입구옆 관광 안내소에서 통영 관광지도 한 장을 얻었다.

"어디서 왔어요?" 저요? 통영에 사는데요... 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경기도에서.."라고 뜬금없는 거짓말을 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통영사는 통영넘이 뭐하러 통영관광지도를 얻으려 한단 말인가.. 하튼 거짓말을 했다. --;; 푸푸.. 경기도라.. 하기야 운영자는 수원에서 학굘 다녔다. --;;

해저터널을 보면 세월이 가고 있음인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소년은 이미 나이를 먹어 성년이 되었건만.. 터널은 아직도 그 소년이 무서워서 혼자 건너갈 때 소리를 지르며 불렀던 노래를 메아리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 당시 불렀던 노래를 혼자 흥얼거린다.

"푸른 바다 저멀리..... 새 희망이 넘실거린다..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뭉게구름 피어난다..." 무슨 노래인지 아는 사람은 알 듯.. ^^;;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마치 악어가 입을 벌린 듯... 그 안으로 먹혀 들어가는 듯... 악어 몸안 같은 빨간 조명등이 어둠을 밝혔다.

그 위로 크게 해.저.터.널이라 적혀 있다.. 해저는 한자고 터널은 영어네.. ^^

토요일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터널을 같이 걷고 있었다. 웅성 거리는 소리가 저 멀리에서부터 메아리쳐 왔다. 웅성.. 웅성.. 마치 라디오 채널을 바로 잡지 못했을 때의 그 잡음같은 음들이 고즈넉히 들려왔다..

중간쯤 왔을까... 앞뒤로 빨간(사실 노란색에 가깝다. 사진을 찍으면 빨간색으로 보인다.) 조명밖에는 비치지 않아서 그런지 분위기가 정말 이상 야릇했다. --;;

정말 여기가 바다밑일까? 무심치 지나가곤 했을 땐 해저터널이라고 하면 아 바다밑으로 뚫은 터널... 그냥 그런가하며 걸었지만 무득 생각해보면 여기가 바다밑이 맞나 의심이 된다. 옆으로 구멍을 뚫으면 바닷물이 정말 폭포수처럼 스며들까..?

괜한 생각도 잠시,, 저 멀리 일정에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 관광객들 무리에 시선을 두며 서 있는데.. 바로 옆을 스치며 한 할아버지가 천천히 걸어간다.. 구부정한 허리를 가누며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에.. 이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추억도 아마 나의 추억처럼 이 해저터널 어딘가에 숨겨져 있겠지... 생각해본다. ^^

할아버지 뒤를 천천히 쫓아 가는 길... 저 멀리 드디어 입구가 보인다. 빨간 조명빛 사이로 저 멀리 강한 태양빛을 뿜고 있는 입구는 나를 반기듯이 입구 좌우의 나무들을 흔들어 제끼고 있었다. --;; (바람이 불었다.)

암흑은 아니였지만 어딘가 좁은 곳에서 넓은 곳으로 나가는 출구를 발견했을 땐 항상 뭔가 기쁘고 좋다. 다시 그 자리에 서서 입구를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저 멀리 아주머니가 점점 다가오면서 왜 자기사진을 찍느냐는 눈으로 나를 힐끔 힐끔 보신다.

해저터널 입구를 나오면 여긴 이제 미륵도이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조그만 슈퍼 자판기에서 커피한잔을 뽑고.. 타임을 입에 물었다. 방금 전 나와 같이 입구로 들어섰던 아가씬 이제야 출구로 나오고 있었다. 혼자서 여행을 하나보다.....

입구 바로 앞에는 큰 관광지도가 있는데.. 몇몇 관광객들은 입구를 나오자마자 관광코스를 확인이라도 하듯.. 연신 지도를 보고 간곤..했다.

동양최초의 바다밑 터널이라는 해저터널은 타지인에게는 꼭 가야봐야 할 관광코스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지름길이다. 운영자 역시 이 길을 통해서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야자(야간자율학습)가 끝나면 간혹 이 길을 걸어 집으로 오곤 했다. 일제시대에 지어졌기 때문에 건물(?)의 양식은 조금 일제스럽긴 하다. 입구를 들어서서 가는 길 고개를 들어 보면 지붕모양이 정말.. 일제스럽다. --;;

앞서 말한 것처럼 도천동 입구로 들어와서 출구로 나오면 여긴 미륵도 미수동 일대인데 출구를 나와서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미수 앞바다를 아주 자알~ 감상할 수 있다. 여기 역시 야경이 멋있는 곳인데.. 야경을 찍기위해 밤까지 기다릴 순 없기에...--a

바다를 따라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벤치들이 쭈욱 있는데 그 곳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은 날씨가 약간 추워서 그런지... 바다 앞으로 쭈욱 튀어나온 방파제 같은 곳에, 친구인 듯한 3명의 어르신을 제외하곤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바닷가 뒤로 많은 횟집들과 식당들이 즐비한데 아마도 전망이 좋은 탓에 관광객이 많아서이리라..

그 곳에서 위로 보이는 구름다리(운하교)와 저 멀리 보이는 통영대교가 이제 곧 질 것같은 약한 햇빛을 배경으로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통통통... 거리며 간혹 구름다리 아래를 지나는 통통배는 방금 지나간 큰 배의 파도에 휩싸여 이리저리 휘청휘청하며 어려운 바닷길을 헤치고 있었다.

구름다리 위를 걸어봐?? '-')a

바다를 보고 다시 해저터널 출구(입구 출구의 개념은 없지만... 미수동쪽을 출구로 하자)를 지나 구름다리로 통하는 큰 길을 따라 걸었다. 해가 이미 기울어서 길 게 그림자만 보여서 그럴까.. 더 춥게 느껴진다.

운하교... 가 바로 앞이다. 운하교를 건너려하니 조금 아찔하다. 어릴쩍이야 멋 모르고 건넜지만 지금은 웬지... 아찔한 이유는 뭘까.. 살아오면서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럴까.. 하며 망설이고 있는데.. 초등학교 꼬마넘이 자기등짝보다 큰 가방을 메고 보란 듯이 내 앞을 가로질러 성큼성큼 바람 부는 운하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에휴~~~...

시선을 멀리 두지 못하고 앞서가는 꼬마 머리만 바라보며 걸어가다가... 구름다리 중간 쯤 왔을까...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런 절경을 어디서 본단 말인가.. 새삼스럽게 고향 통영이 자랑스럽다. '-')v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앞으로는 저 멀리 남망산 공원을 뒤로 하고 쪽빛바다와 오고가는 배들이.. 보였고.. 뒤로는 해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한 통영대교가 뚝하고 버티고 있었다.

멀리 시선을 두다가 점점 다가오는 배 하나에 시선을 두고 있는 데 배가 바로 내 발 아래로 지날 때 우연히 발 아래 풍경을 보곤 아찔했다........휘이잉~~ 바람이 불고... 버스가 지나갔을까.. 거짓말 아니고 구름다리가 흔들렸다.

으악~~~~

자기 갈길을 그냥 가고 있는 좀전의 꼬마는 이미 저 멀리 가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 꼬마뒤를 따라가며 왜 혼자가냐며 따질 듯 따라갔다. --;;

휴.. 구름다리를 다 지났을 때 혹시나 다리가 안 무너졌나 확인이라도 하듯 고갤 뒤로 돌렸다. 다리는 언제나 처럼... 내가 고등학교 때 건넜을 때처럼 지나가는 차들을 등으로 바치고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노을이 졌다. 노을을 보며 저 미륵산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중 해지는 광경이 아름다워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요량으로 해가 질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참이었다.

담배 하나를 물고 서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뭐하는 넘인가 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

해가 진다... 해가 진다..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통영대교 우측으로 있는 산뒤로 해는 점점 그 기운을 잃어가고 있었고 통영시는 점점 더 시크먼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통영대교도 아름답지만 난 구름다리가 더 좋은 이유는... 아마도 내 추억을 이 만큼이나 묻어두었기 때문이리라...... 예전에 또래 꼬마들 사이에는 이런 규칙(?)이 있었는데... 구름다리를 미륵도쪽에서 건너올 때면 이승복 동상이 있는데 그 동상을 보고 이승복 동상같은 포즈를 취하며 속으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 벌을 받게 된다는.... 그런..

그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난 사실 그렇게 했다. 차마 버스를 타고 갈 때도 꼬마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외쳤다. --;;;;

카메라 렌즈캡을 닫고 다시 버스비 800원을 확인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 다시 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느껴야 했다...

춥다........ 겨울인갑다..

통영민박넷 운영자 올림. 2003년 11월 말.. 통영민박넷 (본 게시물은 통영민박넷에서 자체 제작하고 촬영하였으므로 무단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