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바다가 무척 좋았다.........

지금은 매립되어 없어졌지만.. 통영시 도천동 앞바다는 날물이 되면 길게 갯벌이 생겼다. 그 갯벌에서 뛰어놀던 추억이 갑자기 떠오른 건 왜 일까...

소년의 놀이터에는 그네가 없었다. 미끄럼 틀도 없었다. 항상 질퍽하고 돌마다에는 따개비가 이따만큼씩 붙어 있는... 갯벌이였다. 바닷물이 저만치 쑤욱 빠져버리면 소년은 항상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갯벌에서 뒹굴었다.
굳이 뭔가를 잡으려고 한건 아니였지만 돌무더기를 하나씩 파헤치면 숨어 있던 게와 고동들이 무지기 수요.. 바닷물 고인 웅덩이에는 송사리(바다 송사리)들이 파릇 파릇..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게를 잡아 요리를 해볼 참이였던가... 게를 무지하게 잡았다. 그리곤 칼도 준비했다. 칼은 합자(홍합의 사투리) 껍데기 한쪽...
바둥거리는 게를 잡고 배를 쭈욱 갈라서.. 요리감을 준비하곤.. 옆 나무선박을 제조하는 조선소에서 쓰다남은 나무쪼가리로 불도 지폈다..
배가 고팠던게다.. 점심도 못 먹고 나온터라.. 또래 아이들과 요리(?)를 하자는 것이였다... ^^

게맛을 아는가.. 지금이야 간장게장의 맛으로 짐작을 하지만 그 때의 시끄먼 불끄으럼에 그으릴... 작아서 먹을 것도 없는 것을.. 손에, 입에 다 묻히고 ... 쭈쭈 빨아먹던.. 그 맛을 아는가..

불이 약해지면.. 으레 소년들은 둘러서서 바지를 내리곤 오줌을 쌓다. 어릴적부터 자나깨나 불조심이라는 교육(?)을 철저히 받은터라.. 확실하게 끌 요량이였다.
그러나 그건 하나의 의식이였다. 그렇게 둘러서서 오줌을 누지 않으면 그 불씨가 살아나서 재앙이 된다는... 얼토당토 않는 전설(?)이 있었기에............
소년은 그렇게 했야만 했다.

조선소 나무 재료를 쌓아둔 둔치로 가면.. 나무판대기위에 누울 수 있었다.. 그기에 아이들은 .. 햇볕에 가자미 말려놓은 듯.. 배를 내 밀곤 누워버렸다... 여름햇살에 눈이 부셔..찌그려뜨려 뜬 눈에.. 마침 흘러가는 구름 한점이 태양을 가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통통배 소리에 스르르 잠이 들면... 저녁 어스럼.. 해질녁이 되어야 눈을 뜨곤했다. 물이 찰랑찰랑... 들어오면 허겁지겁 파래를 뜯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 줄 요량으로 ,,, 그나마 깨끗한 파래만을 버려진 바께스 한개를 주어, 그기에 담았다..

해가 미륵산을 넘어가면 소년은 옷이란 옷은 모두 갯벌을 묻혀 더러워진 모습으로 가게문을 연다.(어릴 적 우리집은 작은 가게를 했다..) 그러면 어머닌 언제나처럼 무조건 혼먼저 내신다.
그러면 난 손을 쭈욱 내밀어 파래를 어머니께 건넨다. 들어가면 꾸중을 들을 것을 이미 알기에 바닷물이 들기전에 소년은 허겁지겁 파래를 채취(?)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나마 심한 꾸중을 면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 파래는 항상 쓰레기통으로 가기 바빴다.

"이런 걸 누가 묵노? 어이? 움디같은 기 아침에 입히 놓은 옷이 우찌 밤만되면 이케 되노?"

소년은 언제나처럼 매를 피해.. 가게 뒤를 돌아 옥상으로 올라가버린다..
가게앞 도로를 지나는 차들이 헤드라이트를 하나둘씩 켜면.. 소년은 TV를 보고픈 마음에 슬그머니.. 손발을 씻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배 안 고푸나?"
"고프다"
"밥묵자"
...

소년은 맨날 맞아도 그 다음날 또 바다로 갔다... 왜냐하면..
소년은 바다가 좋았기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