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펜션넷 > 통영이야기 > 나의 2006 한산대첩축제 종군기

2006년 한산대첩축제가 끝나고 잠시 중단되었던 나의 여름은 다시 그 더운 필름을 잇고 있다. 이렇게 몇장의 사진에 의지하여 그 때의 그 느낌을 하나하나 정리하여 글을 적어본다. 이름하여 ‘나의 한산대첩축제 종군기’

- 본 글은 그저 한산대첩축제 기간 5일 동안의 일들을 주저리주저리 적어 놓았음을 뿐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두는 바이다.

그 날도 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 창문을 닫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띠리리리리리’ 해질녁 퇴근직전이라 불을 꺼 어두운 사무실 공간 사이로 전화벨이 울린다. 다짜고짜 내일 무전동 한진식당에서 집행위원 모임이 있으니 나오라한다. 무슨...?

내가 2006년 45회 한산대첩축제 축제집행위원이라고 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필자는 사실 혼자서 낑낑대며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라 이런 거대한(?) 일들에 낑기고 싶어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집행위원에 자원한 사실도 없었다.

얼떨결에 네.. 하고 대답을 하고는.. 몇 일이 지났다. 우연히 동생과 통화에서 필자의 동생이 필자를 한산대첩 집행위원에 추천(?)했다고 했다. 동생은 통영에서 여러모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한산대첩 축제위원이 되고도 남을 사람이였지만 필자는 그런 자격이 없는 사람이거늘.. 어떻게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첫 번째 집행위원의 모임, 많은 통영의 opinion leader들이 첫 모임에 모였고 인사를 하였고 이야기를 나눴다. 집행위원장이신 김홍종선생님, 통영예총 류태수회장님, 한산대첩 사무국장님들과 실무자님들, 필자와 안면이 있는 몇 분도 계셨는데 다들 언제부터 이런 일을 하셨단말인가? 다들 서로 안면이 있어 보여 처음으로 모임에 참석한 필자는 괜한 주눅이 들었다. 저 멀리 동생 석이가 앉아 있어 거리만큼 눈인사를 했다.

이런 분들이 다들 한산대첩축제를 꾸려나가고 만들어나가는 것이였나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산대첩 축제 속으로 빠져 들어가보자. 두 번째 모임, 서호동 고깃집에서의 이런 저런 의견들이 또 쏟아져 나왔다. 새롭게 만든 망루에 보초병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집행위원들이 각 행사마다 해줘야 하는 일들, 이벤트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등. 어떨 때는 사무국장님께서, 어떨 때는 예총회장님께서, 어떨 때는 집행위원님들께서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나누셨다. 필자는 소위 짬밥(?)이 되지 않아 조용히 물만 홀짝였다.

집행(분과)위원들의 몇 번의 미팅, 몇 번의 식사가 있었고 몇 일이 지나서 드디어 8월 10일 아침, 한산대첩 축제의 그 첫날이 밝았다. 하지만 필자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집행위원이라고 하면 자원봉사하고는 다를진대 실제 누구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지도 몰랐고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어 어떻게 어떤 임무를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것도 처음 해보는 집행위원인지라. 물론 배정지는 한산대첩 페스티벌 하우스 모형배 전시회였지만...

출근길에 먼저 무전5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려 신호를 기다리는데 길 건너편 망루에 이미 보초병이 서 있었다. 아마도 몇일전 미팅에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보초병을 알아서 세우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아 무전동 담당 보초병인가보다. 당당했고 멋있게 조선시대 군영 망루 위를 지키고 있었다. 2006년 45회 한산대첩축제의 시작을 망루위의 보초병을 보며 필자는 알 수 있었다.

건널목을 건너 반대편에 거의 다달았을 때 거리 퍼포먼스가 행해지고 있었는데 하얀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공연이였다. 관광객들인가? 지역민들인가? 신기한 듯 옆을 지켜보고 있었고 조금 멀리 집행위원장님께서 몇몇의 스탭들과 함께 서 계셨다. 인사를 꾸벅하니 동생 원석이의 형임을 알아차리고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리고는 필자는 다시 출근길을 재촉했는데.. 웬지 모를 미안함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러한 마음에 가던 길 바로 옆 편의점에서 드링크제를 몇 개 사서 집행위원장님에게 하나 주고 바로 옆 스탭들에게 나눠 먹으라고 주곤 급히 다시 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미안함은 왜 계속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지... ㅠ.ㅠ

사무실에 도착하여 인터넷으로 한산대첩 축제 공식홈페이지를 우선 접속하기 바빴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제일 만한한 한산대첩 축제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명색히 집행위원(정확히 말해 분과의원)인데 축제 첫날부터 내 입에 풀칠할 생각만 한다는 건 좀 우스워보였고 미안했다.

할 일을 찾아야 했다. 우선 급한 일을 몇 개 처리하고 난 후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온 무전 5거리에는 퍼포먼스 공연은 끝났는지 망루위 보초병만이 더운 날씨를 견디려 망루 처마 그늘 밑으로 몸을 피해 서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한 컷 찍고 난 후 다시 걸음을 걸었는데 필자는 통영시내는 무작정 걸어서 다니기에 이번에도 무전동에서 도천동 페스티벌 하우스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북신 4사거리에서도 망루가 있고 보초병이 있어 사진을 찍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몇몇 힐끔 쳐다보길래 괜히 한산대첩축제 재단에서 집행위원에게 준 스탭 표시 줄목걸이를 목에 걸어본다. 하하하하하...

토성고개를 넘어 가다보면 길마다 플랜카드요 길마다 망루가 세워져 있는데 이렇게 2006년의 한산대첩축제는 그 열기를 더해 가고 있나보다.

헉헉대며 도착한 도천동 페스티벌하우스 한산대첩축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들 바쁘다. 사실 필자는 뭐를 해야할지를 몰랐지만 그렇다고 사무실 직원분들에게 내가 뭘해야할지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망막함은 언제나 필자에게 즐거움이다. 왜냐하면 그냥 필자는 그랬다. 대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대학원에서도 그랬으니깐 그렇다.

원래 근무지(?)인 바로 옆 모형배 전시회장으로 가보면 이제 막 전시를 준비하는 듯 모형배들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멍하니 한산대첩의 중요한 스탭인양 스탭 표시 목줄만 자랑스럽게 보이고 서 있자니 웬지 모르게 무안했다.

사진 몇 컷만을 찍고 난 후 더운 날씨에 페스티벌하우스 건물을 나서면 정말 땡볕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데 필자의 발걸음은 이미 항남동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일단 동생을 만나면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 까 싶었다. 동생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을 해 왔고 실무자였기에 사실 동생 옆에 있으면 웬지 일을 열심히 하는 듯 어우러져 보일 듯 해서였다. ㅜ.ㅜ;

강구안에는 이미 메인 무대와 좌측으로 풍물시장(야시장), 우측으로 축제운영관련 천막들이 셋팅되어 있었는데 필자는 행정지원실이라 적힌 곳을 향해 갔다. 우연히 동생이 그기에 있어 옆에 앉아버렸다.

그 책상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필자의 눈에... 평소 축제때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이제야 서서히 필자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필자가 이 자리에 앉기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였는데 아마도 유치한 만화영화에 나오는 투명 요정같은 사람들이였다.

행정지원실 바로 앞 기념품가게 짚 지붕을 올리고 있는 아저씨, 메인무대 의자 배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 천망 앞 플랜카드를 걸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필자가 오기전에 이미 이런 천막들을 만들어 셋팅해 놓았을 사람들... 메인 무대에 조명을 달고 있는 기사분들, 이 더운 날씨에 보초를 서는 망루위에 보초병들... 이순신장군 거리 퍼레이드를 위해 창과 칼을 나르는 사람들...

작년 필자는 한산대첩 축제를 멀리서 아주 멀리서 바라보았는데 그 때에는 이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무대위에 공연하는 무용수들, 풍물시장의 먹거리, 즐겁게 뛰어놀던 아이들..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 뿐.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필자 또한 바쁘게 움직여야 했는데 필자에게 경험도 없었고 딱히 뭔가 해야 할 일이 주어지지 않아 필자는 행정지원실에 한동안 앉아 있어야만 했다. 한동안.. 그렇게.. 멍하니...

그러나 아주 멍하니는 아니였다. 행정지원실 테이블위에 놓여 있던 축제관련 일정표와 인쇄물들을 많은 여행객들이 오가며 축제 관련 인쇄물을 가져가면서 통영에 관하여 물었고 필자는 통영민박넷을 운영해 오면서 머릿속에 쌓인 통영에 관한 정보등을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그렇게 시간은 잘도 흘러갔고 웬지 모를 바람도 필자의 마음속에 쌓여갔다.

동생과 더불어 점심을 먹고 난 후 필자는 다시 행정지원실에 앉아 다시 여행객들의 여행 질문에 대한 답을 열심히 해주면서 통영 지도를 펴가면서 여기저기 실명을 해주면서 웬지 모를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 상쾌함이란..!

오후에 접어들면서 메인무대에 공연 음악소리가 더 크게 울렸고 그게 따라 여행객들에게 통영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필자의 목소리 또한 거의 악에 가깝게 변하고 있었다. ^^a

바로 옆 모형 거북선만들기 체험장과 한산대첩 기념품 판매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해도 어스름하게 지고 있을 때...

동생이 경남대에서 데려온 학생스탭이 필자에게와 대뜸 영어를 잘 하느냐고 물었다. 영어라.. 미국 뉴욕에 1년 정도를 산 경험이 있는 필자는 당당하게(?) Yes I can 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한 외국인을 필자에게 데리오는 것이였다. ㅠ.ㅠ;;;

그 외국인은 필자를 보자마자 대뜸 ‘캔 유 스픽 잉글뤼시’라고 물었는데 필자는 머리만 끄득였다. ㅠ.ㅠ;;; 몇 년만인지.. 모를 필자의 영어가 과연 쓸모가 있을라나 모를 일이다.

외국인은 필자에게 지도를 보이며 뭐라뭐라 말했는데 가르킨 곳을 보면 세병관이였다. 학생스탶이 말하기를 세병관을 가려는 것 같은데 여기서(강구안 - 문화마당) 어떻게 가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외국인이 물어보는 바는 달랐다.

외국인은 세병관에서 하는 군점이 어떤 이벤트(싸움의 재연이나 칼싸움 재연)를 하느냐 아니면 말로만 쏠라쏠라하고 끝내느냐 하는 것있는데 필자의 생각에는 아마도 그 외국인이 생각하는 칼싸움 같은 건 하지 않을 듯 해서 군점은 말 그대로 군대 점호같은 것이며 출병전 군인들의 수나 전략등을 체크하는 것이라 설명해 줬더니 오케오케하는 것이였다.

오호~ 필자가 한 꼬부랑 영어를 아마도 알아 듣는 듯 했다. ^^a

그리고 필자는 다시 행정지원실에 앉아 생수로 목을 축이는데 바로 옆 모형배 만들기 담당집행위원이 도움을 요청했다. 그 외국인 아마도 그곳에서도 의사소통이 안되고 있나보다 싶어 가 봤더니 판옥선을 보며 이 배는 왕이 타던 배였나를 묻고 있었다.

아니다 조선 제독 이순신장군이 타던 배라고 설명해 줬더니 이번에도 오케오케라고 했다. 그러나 필자가 한 말은 그렇게 어려운 영어가 아니였다. 단지 NO King~! For Admiral Yi Sun-shin~! 이 뿐.

그렇게 축제는 또 계속되었고 강구안에서의 하루는 의외로 빠르게 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메인무대 공연이 마치고 난 후 시간이 10시를 갓 넘기고 있었다. 필자는 첫날, 첫 집행위원으로서의 활동이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싶어 동생이 보이길래 이제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수고했다고 하길래 잽싸게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왔다. ^^a 피곤한 집행위원으로서의 한산대첩 축제 첫날이 이렇게 끝났다.

다음날 아침 11일, 아침 일찍(8시 반 정도) 일어나 출근하는 하자마자 다시 급한 일을 몇 개 처리하고 난 후 다시 강구안으로 향했다. 웬지 축제 참여재미가 필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강구안으로 향하게 했다. 오늘도 많은 수의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있었고 필자는 행정지원실에 오자마자 마치 내 책상인양 축제 인쇄물등을 정리하고 책상도 정리하고 안내 지도도 크게 벽면에 스카치테잎으로 붙였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해보는거다~!!

정말 열심히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축제인쇄물을 모두 챙겨서 안겨줬으며 그럴 때마다 고맙다고 말하는 여행객들이나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 지는 것이 좋았다. 오후가 되어 조금 지친 기색으로 잠시 앉아 있던 나에게 누군가 아는체를 했다.

"Hello?" 헬로라.. 외국인인데 하면서 고갤 들어보니 어제 그 외국인이였다. 필자는 굳투씨유어겐이라 답하고 오늘은 어떤 것을 보려하느냐했더니 거리퍼레이드를 보려 왔다고 했다. 필자는 오늘 거리퍼레이드를 보려한다 했더니 잘되어다하면서 같이 보자하길래 이번에 필자가 오케오케를 외쳤다. ^^..

5시가 되어 다시 그 외국인이 필자가 앉아 있던 행정지원실 천막으로 왔길래 카메라를 들고 메인스트릿트(main street)으로 렛츠고했다. 저 멀리 행렬의 선두가 보였고 이어 멋진 한산대첩 거리공연팀이 길을 가득메웠다. 외국인도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고 필자도 카메라를 들고 목에 걸린 스탭 표시 목걸이의 힘을 빌어 여기저기를 쑤시며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늦은 오후지만 찌든 듯한 날씨에 저렇게 많은 이들이 이런 공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영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축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리라. 필자도 당당히 통영을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오늘 이렇게 열심히 집행위원으로서의 활동을 해본다고 스스로 자부해본다. ^^..

축제 퍼레이드가 끝날 무렵 배가 고프길래 외국인한테 같이 밥먹으러 가자했더니 자신은 점심을 조금 늦게 먹어서 조금 더 있다가 먹고싶다했다. 어쩔 수 없이 나중에 밥 먹으러 갈 때 필자에게 오라고 해 놓고선 필자는 다시 행정지원실을 지켜야 했다.

다시 축제의 밤이 되면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필자는 사람들에게 축제 전단지와 축제 일정표를 나눠주며 보람을 챙겼고 바다 위 메인 무대위에는 이순신장군의 공연이 계속 되고 있었고 풍물시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칼칼한 목을 축이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늦도록 그 외국인은 오지 않았다.

다시 하루가 지나 12일 토요일, 축제에 집행위원으로서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필자의 생업도 있기에 아침 일찍(9시 30분경) 사무실에 도착해서 일을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시청 계장님이셨는데 필자를 보고 왜 집행위원이 자릴 비우고 일을 하지 않느냐고 질책 아닌 질책을 하셨다. ㅠ.ㅠ;;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강구안 문화마당 축제 행정지원실이라고 하셨다. 시청공무원들에게도 봉사 차원에서 토요일 업무가 내려졌는데 축제 본무대인 강구안으로 배치 받으셨다가 우연히 축제 행정지원실에 들렀다는 것이다. ㅠ.ㅠ;;

아마도 바로 옆 스탭이 시청 계장님에게 필자가 행정지원실 당담이라고 말했나보다. ^^..;;; 하튼 시청계장님의 전화를 받고 바삐 일을 마무리짓고 다시 강구안으로 향했다. 11시경이 되니 다시 축제의 하루가 열렸고 많은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하게 다니고 있었다. 행정지원실에 도착해서 다시 축제인쇄물과 축제일정표등을 정리하고 있으니 시청 계장님께서 오셨다.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계장님은 필자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으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나도 억수로 반가워할 정도의 사이다.

“아 왜 네가 여기 일을 하노?”
맞는 말씀이시다. 왜 내가 여기 일을 하는지 필자도 모를 일이지만 이런 일을 하기에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줘서 필자도 기쁘고 이런 일을 해보기에 또한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필자의 본 모습을 잘 알고 있는 계장님은 우선 그렇게 물었다.

“그냥 뭐.. 함 해보는 거지요”라고 대답했을 뿐.. 그리고 한동안 시청 계장님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눠면서 축제 오전 한나절을 보냈다. 다시 노점상 단속을 해야 한다며 시청계장님을 자리를 뜨고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배가 고파 시계를 들여다 봤다.

2시.. 동생이 식권을 챙겨주며 밥 먹으러 가자고 하기에 좀 더 있다가 가려한다고 말하려는 순간 동생 저 뒤로 어제 그 외국인 다시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다짜고짜 왜 어제 밥 먹으러 같이 가자 해 놓고 안 왔느냐고 물었다. ^^;;;

외국인은 너무너무너무 피곤해서 그만 집에 가서 자버렸다는 것이였다. ㅠ.ㅠ;;; 어쩔 수 없었다하니 필자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 자기가 이렇게 또 왔다하면서 같이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해서 필자도 기쁜 마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러 발걸음을 돌렸다.

외국인이 통영전통 음식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바로 눈앞에 충무김밥 집들이 즐비하기에 충무김밥을 먹어보라 권하면서 충무김밥집으로 들어갔다. 충무김밥을 먹으면서 외국인이 맛있다면서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는데 정말 통여의 맛을 아는 외국인이 아닌가 싶다. ^^

밥을 먹으면서 어딘가에서 얻어왔는지 통영 안내 인쇄물을 꺼내면서 필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그 중에서 사량도 덕동해수욕장 사진을 보이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필자는 사량도라는 섬에 있는 해수욕장이라고 말해주면서 사량도에서 ‘사’자가 뱀 ‘사’이며 이는 사량도에 예전에 뱀이 많아 그렇게 지었다 하니 외국인은 그 말에 흥미를 느끼며 그 외국인의 나이만큼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면서 뱀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꺼집어내어 이야기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정말 끝 없는 뱀 이야기였다. 끝 없는.. ㅠ.ㅠ;; 충무김밥이 마치 끝끊어 놓은 뱀처럼 보일 정도 끝 없는 뱀 이야기.. ;;;;;; 였다.

다시 필자는 행정지원실에 앉아 여행객들이 물어보는 통영 여행에 관한 정보를 무수히 쏟아내고 있을 무렵 다시 밤이 왔고 메인 무대에서는 KBS해변음악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대형 스피커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노래소리는 바로 옆 행정지원실을 마치 삼켜버릴 듯이 펑펑.. 울려퍼졌다.

그러나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 무대에 오르는 밤이였기에 필자의 어깨도 약간 들썩들썩했다. 특히 업타운이 노랠 부를 땐 리듬에 맞춰 흥얼거리기도 한 듯 하다. 필자의 어깨는 리듬에 맞춰 들썩거렸지만 바로 앞 경계 근무를 서는 전경의 어깨는 그다지 들썩거리지 않는 듯 하다. ^^..

다시 11시가 다 되어 오늘의 축제가 끝나버리면 자원봉사 및 스탭 실무 인력관리자인 필자의 동생이 문화마당 중앙으로 스탭과 자원봉사자들을 불러 모으는데 아마도 축제 하루 일과의 수고스러움을 달래주면서 그 날의 마지막 뒷정리를 부탁하는 듯 보였는데 사람들이 떠난 축제의 하루 마지막날에는 언제나 여기저기 남겨진 일들이 너무 많았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축제의 모습들의 올해 이렇게 축제집행위원을 하면서 하나 둘씩 필자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한 일들을 묵묵히 해 나가는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와 수고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11시.. 필자는 서둘러 집으로 가기 바빴다. ^^;;;;;;;

일요일 아침 필자의 사무실에 들러 거래처에 급하게 거래 영수증을 주고 약간의 미팅약속이 잡혀 있어 도남동 모 콘도로 향했다. 미팅을 마치고 나니 12시경? 어스렁거리며 도남동 길을 걸었다. 도남동 인근 축제마당도 둘러볼 겸 바다도 볼겸 걸어가는데 필자의 동생이 도남동 축제마당에서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데리고 일을 하고 있어 반갑게 가서 강구안 문화마당으로 갈꺼냐 물어봤다. ^^;; 필자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지만 도남동에서 항남동까지 걸어 갈 순 없는 처지였기에... 그것도 그 더운 날씨에 ..;;;

동생은 필자를 강구안에 내려놓고 다시 한산대첩기념공원(망일봉)에 가야 한다며 가버렸다. 다시 행정지원실 천막을 찾아 필자는 다시 그 날의 축제 집행위원으로서의 일과를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그런데 이번에는 필자가 해야 할 일이 좀 무거워졌다. 동생이 필자가 엊그제 외국인에 관한 이야길 했더니 자원봉사자에게 말을 해 A4용지에 ‘May I help you?’라는 영어 문구를 프린터해 왔던 것이다. 필자도 반가워하며 필자가 앉는 자리 여기 저기, 하다 못해 필자 앞 테이블에 놓인 노트북 앞에도 그 프린터물을 붙여 놓았다.

‘May I help you?’를 붙여 놓으니 오가는 여행객들도 필자를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영어문구를 따라 읽어본 후 필자를 한번더 쳐다보곤 했다. 하하하하하;;;;; 그런데.. 잠시 후

생김새는 한국인듯 한데 영어로 대뜸 필자에게 질문을 하는 한 커플이 있었다. 자신들은 싱가포르에서 왔는데 오늘 행사로 하는 통영오광대 공연을 보고 싶은데 어디서 하느냐?라고 물었다. 오케~~~~! 필자는 침착하며 천천히 또록또록 영어로 알려줬다. “오늘 공연은 한산대첩기념공원인 망일봉에서 하는데 차를 가지고 가면 통제한다. 그러니깐 강구안 바로 여기 문화마당에서 오가는 셔틀버스를 타라 그러면 공짜로다 그까지 태워다 준다”라고 말해줘더니 고맙다면서.. 원 모어 퀘스천이라면서.. 한가지 더 물어봤는데 말인즉 한산도 갈라고 하는데 어떻게 가냐고 물었다. 이번에도 필자는 또록또록 영어로다 서호동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라 그리고 티켓팅할 때는 왕복보다는 편도로 해서 가라등 친절하게 말해줬다. 그 외국인 커플을 땡큐땡큐를 외치면서 셔틀버스를 타는 지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제는 국제화시대 한산대첩 축제가 국제화를 원한다면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조금 더 있어야 되지 않을까싶다. 내년에는 외국인을 위한 부스도 독립적으로 하나 개설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메인 공연도 끝나면 다시 통영 항남동 강구안 문화마당에는 어둠이 내리고 밤이 된다. 이제 축제도 중반을 넘어 섰고 축제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 보람과 더불어 많은 땀을 쏟고 있었다. 오늘 밤도 축제의 하루가 끝나면 축제를 즐긴 여행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서 더위를 식히며 수박 한조각을 입에 물고 축제에 있었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남겨진 일과 청소를 하며 새벽까지 강구안 문화마당을 지켜야 한다.

축제의 마지막날, 사람들은 이제 모두 필자가 있는 강구안 문화마당이 아닌 통영 동호동 망일봉 한산대첩기념공원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은 축제의 마지막 날로서 메인 공연과 축제 이벤트가 모두 그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고 필자는 행정지원실에 앉아 문의하는 여행객들에게 망일봉 한산대첩축제기념공원 위치와 가는 방법등을 알려주기에 바빴다. ^^..

오후가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망일봉으로 향하게 되었고 셔틀버스 역시 한 대 한 대마다 여행객들로 꽉 차게 되었다. 필자 역시 망일봉 한산대첩축제기념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오늘 바로 이 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견내량 앞바다에서 한산대첩의 재연이 있을 예정이였기에 여기저기에서 바쁜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왔다갔다 했다.

한 3000명의 인파가 잔디밭, 길, 언덕 여기저기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삼삼오오 앉았고 바다위에서는 좀 있다가 행해질 한산대첩 재연을 앞두고 리허셜이 한창이였다. 그 가운데 유독 빛나는게 있어 보면 거북선이다. 당당하게 400년전 이 곳에서 활동했던 그 때의 그 거북선은 아닐지라도 우람한 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지 않을까 싶다.

벼락소리같은 폭죽이 터지고 미륵산 봉우리에 봉화가 오르면 한산대첩의 재연이 시작되는데 그 모습과 광경은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가 다시 머리에 떠 올리더라도 짜릿한 느낌을 가지게 할 정도로 멋있고 탄복스러웠다. 특히 서시히 조여드는 학익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지략, 그 당시 조선 수군들의 죽음을 무릅 쓴 패기등이 다시 금 이 바다, 그 400년전의 이 바다, 바로 위에 어우려져 현재 터지고 있는 저 폭죽처럼 필자의 마음을 고통치게 한다.

마지막에 울려퍼지는 대한민국 국가와 때 맞춰 올라가는 대형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왜 한산대첩을 기억하려 하는지? 왜 한산대첩을 재연하려 하는지를 말없이 가슴으로 생각해 보면서 입으로 애국가를 낮게 읇조렸다.

한산해전의 재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한산대첩기념공원을 내려갈 때도 항상 맨 뒤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필자가 10일, 11일, 12일, 13일 한산대첩 축제 각 날마다 마지막 강구안에 남아서 나머지 일을 하고 청소를 했던 사람들이였으며 오늘도 여전히 남아서 여기저기를 정리하며 장비들을 챙기고 있었다.

어떤 이는 창과 방패를 챙기고 어떤 이는 불꽃을 챙겼으며 어떤 이는 쓰레기봉투로 쓰레기를 주워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들 한산대첩 축제의 보람을 챙기고 있었으며 축제의 성공을 마음에 주워담고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누군가의 강요에 의하여 하는 이도 있을 테고 뭔가를 바라고 하는 이도 있겠지만 전자도 후자도 아닌 본인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큰 힘이 되지 않아도 좋다 했다 큰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 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같이 하고 같이 힘을 보태고 같이 웃어가면서 해주면 그것이 바로 축제를 같이 이끌어 나가는 것이고 통영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 했다.

필자는 어떤이가 그런 말을 해주었기에 비록 하는 일 없이 행정지원실을 지켰지만,,, 비록 스탭이라는 표식 목걸이를 목에 걸고 왔다갔다만 했었지만 필자가 나눠준 그 축제유인물이, 축제일정표가 여행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축제를 즐기는데 도움이 되었고 즐거움을 줬다면 만족하며 그것이 축제의 성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대견해 본다. ^^..

멀리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작년까지 한산대첩을 즐겼다면 올해 2006년은 필자가 직접 한산대첩 축제속에서 한산대첩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과 더불어 작은 일이나마 함께 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면을 빌어 2006년 한산대첩 축제에서 고생한 여러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2007년에는 더 멋진 한산대첩 축제가 통영에서 펼쳐질 것을 기대하면서 .. 나의 한산대첩 축제 종군기를 마칠까 한다. 긴 글 읽어줘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