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한국의 전통음식으로서 쉽게 말해서 각종 나물과 양념장을 밥과 비벼 먹는 것이라 하겠다. 비빔밥 하고 다들 전라도 전주를 머리속에 먼저 떠 올리지 모르겠지만 비빔밥은 그 나름대로의 특징으로 각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다. 제철에 나는 맛있는 나물에 갖은 양념을 첨가해 고추장과 함께 내는 비빔밥으로는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통영비빔밥 등이 유명하다.

전주비빔밥은 우선 밥솥에 뜸이 들 무렵 콩나물을 집어넣어 살짝 밥김으로 데친 다음 솥 속에서 마구 비빈다. 여기에 3년 묵은 간장, 고추장, 육회, 참기름 등을 쓰고 맨 위에는 생계란을 얹는다. 겨울에는 햇김, 이른 봄에는 청포묵, 초여름에는 쑥갓, 늦가을에는 고춧잎, 깻잎 드을 곁들여 계절의 맛을 즐긴다. 전주비빔밥의 비결은 역시 장맛에 있는데 그런 장맛을 내자면 장을 3년쯤은 묵혀야 한다. 전주비빔밥의 큰 특징은 콩나물을 쓰는데 있다. 콩나물은 정성껏 기른 것이라야 국을 끓여도 일미요, 잡채를 해도 일미이다. 또 전주비빔밥을 정식으로 먹으려면 쇠머리를 오래 고아 그 국물 속의 기름기를 모조리 건져 내고 걸러 이 국물로 밥을 지여 비벼야 한다.

진주비빔밥은 진주 냉면과 마찬가지로 양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전주비빔밥에는 통나물국과 물 김치를 내놓지만 진주비빔밥에는 반드시 선지국이 따르게 마련이다. 진주비빔밥은 화반(花飯)이라고도 하는 숙주나물, 고사리나물, 산채도라지나물, 육회, 볶은 쇠고기, 고추장, 깨소금, 참기름, 청포묵, 실고추 등 그야말로 백화요란하니 화반(花飯)이라 할 만 하다. 진주비빔밥은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통영비빔밥은 생김무침과 무나물을 많이 넣는다. 통영은 위에 언급한 2가지 비빔밥과 사뭇 다르게 비빔밥이 예로부터 유명한데 통영은 본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라 바다나물등을 비빔의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데 바다나물들이 보면 거의가 제삿상에 오르는 나물등이며 나물국과 같이 끓여 나오는 국 또한 우리가 제삿상에서나 쉽게 접하는 무국이나 두부국이다 보니 이를 사람들은 제삿날이 아닌데 나오는 제삿밥이라 해서 헛제사밥이라고 일컫는다 한다.

통영의 헛제사밥은 각각의 나물 맛이 그대로 우러나도록 요리하기 때문에 맛이 있는 만큼 요리를 준비하는데 여간 힘들지 않다. 헛제사밥에 들어가는 두부 국을 만들 때 바로 잡은 조개를 넣고 끓여야 구수한 맛이 나며 청각과 톳나물등 갖은 해초류는 신선해야만 고유의 향을 낼 수가 있다.

계절에 따라 헛제사밥의 맛이 다른데 보통 13가지정도의 나물이 들어간다. 이유는 계절별 바다에서 나는 나물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 해먹는 나물국이 가장 맛이 있다. 보통 톳은 설 전후에 많이 채취되며 겨울철에 채취된 톳을 데쳐서 두부를 넣고 손으로 도보를 으깨면서 무치는데 으깨어진 두부가 톳나물에 묻어 아주 고소한 맛이 난다. 또한 싱싱한 자연산 돌미역과 청각을 넣는데 맛의 조화가 일품이며 특히 청각무침은 갯내음이 약간 곁들여져 잇고 특유의 맛에 의해 입에서 녹아 내리는 듯하다.

그리고 늦가을에는 참박나물을 넣는데 이는 반드시 문어와 바지락이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문어의 붉은 빛이 참박에 스며들어 불그스레 보기도 좋은 뿐더러 참박의 시원한 맛이 문어와 바지락과 어우러져 더욱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통영에는 사시사철 나는 바다의 해산물이 틀린지라 철마다 통영을 찾는 사람들이 먹는 헛제사밥(통영비빔밥)이 다를 진대 어느 철에 오더라도 그 철만의 최고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이 바로 통영 비빔밥이 아닐까 한다. 통영에 오면 꼭 한번 통영비빔밥을 먹어보기를 살며시 권해 본다.

* 통영비빔밥 = 헛제사밥 = 나물비빔밥
* 통영 항남동 여객선터미널 인근 '통영비빔밥(055-642-1467)'집이 있음. 통영민박넷에서 추천해서 왔다고 하면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