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40년 생이다
그러니까 올해 70이고 어제 칠순을 지냈다
통영서 태어나고 자라고 그리고 외지로 나가서 살았고
지금은 삼천포에서 살고 있다

나는 통영초교 42회이고
통영 중학 9회이며
통영 수산고등학교 33회이다
그런데 동창회 다니지 않는다
떠돌이 생활을 너무 오래했고
모임이 있는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이며
부산 살 때 동창회 총무 하면서 술판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그 길로 동창회와 손을 끊었다

며칠 전
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을 찾으러 나섰다
마침 막내가 왔기에 용기를 내었다
몇 번을 가서 못 찾았기에 이번에는 용기를 냈다

내 자란 동네에는 장공장이 있었고
그 앞에는 늦가을 땔감을 준비하는 동네 사람들을 위한
탱마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어릴 때 "사또야 불켜라" 놀이를 비롯해서
땔감나무밑에 굴을 파고 놀이를 즐겼다

그런데 집 뒤와 옆을 흐르던 시내도 없어졌고
그 큰 장공장도 없어졌고
사또야 불켜라 하던 탱마당도 없어졌다
시내는 복개되었고
그렇게 크게 보이던 탱마당은 우리집 주차공간보다 작았다

6.25가 나던 해
우리 집 앞으로 꼬깔모자 쓰고 줄줄이 굴비 묶듯이 끌려가서
뒷동산 꼭대기에서 총살 당하던 보도연맹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잠자리 잡이도 하고
민짐으로 수영 낚시도 다녔다
오거리에서 영화 상영할라치면 옹기종기 모이기도 했고
이승만 조봉암 대통령 선거 발표날에는 읍사무소(그 당시는 읍이었다) 앞 전봇대 쌓인 곳에서 잠도 잤다

해저터널을 지나서 학교를 다녔는데
겨울 비라도 많이 오는 날이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허벅지까지 차는 찬물에 옷 걷고 터널을 걸었고
서호시장 앞에서 노젖는 배를 타고 가기도 했다

내 인생 어린 시절 20년을 산 고향
언제나 마음 속에 어린 추억이 새롭고
없어진 탱마당처럼
내 마음에는 고향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