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집은 구멍가게를 했다.
도천동 전신전화국(현 KT) 아래 작은 구멍가게를 했는데..
원래 그렇다. 떡집아들 떡 잘 못먹고 고깃집아들 고기 잘 못먹던 시절.. 나는 과자 하나 먹을라치면 어머니의 살벌한 감시를 피해 과자 하나 들고 죽어라 튀어야 했다.
그래서 그랬나..
차라리 눈에 안 보이면 좋을 것을.. 과자는 언제나 어린 내 눈 가득히 들어오고 이를 피해 또래 친구들과 도천동 바닷가를 헤매이거나 도천동 뒷산에 올라 산적놀이를 하면서 괴로움(?)을 달랬다.
그런 날들 속에..
오늘은 신천지(?)를 개척했다. 바로 착량묘였다.
그 때 당시 착량묘가 어떤 곳인지는 관심도 없다. 단지 관심이 가는 건..
친구녀석에게 전해들은 해저터널 입구 옆 착량묘 절벽(?)에 자라나고 있는 개똥참외에 관한 것이였다.
쪼매난 녀석들에게 그 착량묘 계단 옆 벽은 거의 절벽이나 다름이 없었고 하필이면 개똥참외는 그 벽을 타고 탐스럽게(?) 자라나고 있었다.
약간 노란색을 띈 개똥참외가 왜 그렇게 맛나보이고 탐스러웠는지.. 밧줄이라도 있으면 타고 올라가겠지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돌을 던져 개똥참외를 떨어뜨리는.. 뭐 그런 어설픈 시도밖에 할 게 없었다.
열번 아니 백번을 던져도 참외가 떨어지기는 커녕 다시 되돌아 떨어지는 돌멩이에 머리를 맞아 아파서 울기 십상이였다. 그런 와중에도 어떤 한 녀석이 운좋게(진짜 운좋게) 개똥 참외 하나 꼭지를 잘 맞춰 톡 하고.. 떨어지면..
우와 하고 다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 개똥참외는 톡... 툭.. 하고 바닥에 사정없이 떨어져 반쯤은 이미 물러 터져버렸고 그 마저도 때구르르르르 굴러가다보니 흙으로 거의 뒤덮였다.
하지만!!!
그래도 우린 좋았다. 다들 돌던지기를 그만 두고 맛있는 개똥참외 시식하기에 바빴는데..
맞춰 떨어뜨린 넘(?)이 주인대장이였기에 먼저 한입 먹고.. 나머지가 한입씩 배어물었다.
그렇지만 그 맛은 백번을 던져 겨우 떨어뜨리며 정말 꿀맛일 거라고 왕기대를 했던 우리들이 상상했던 맛하고는 조금 아니 많이~ 다른 맛이였다.
하지만 맛보다는 떨어뜨리는 재미에 더 신난 우리들은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착량묘 개똥참외를 따러 종종 가곤 했다.
지금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보기 좋게 꾸며진 착량묘 중앙계단 옆 벽돌 무늬가 필자가 간혹 착량묘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 시절 그 위로 대롱대롱 열렸던 개똥참외 모양인듯..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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